축구팬에게 한 경기는 90분이다. 그런데 한 번의 홈경기마다 구단 직원들은 345분을 뛴다. 그들의 업무는 경기의 시작 전 240분부터 시작해 경기 종료 후 105분까지 이어진다. 경기장에 설치된 광고물부터 관중을 위한 이벤트와 SNS 콘텐츠까지 팬들이 경기장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장면 뒤에는 이들의 노고가 있다. 충북청주FC 전략사업본부 팬커뮤니케이션팀 문나영 매니저(이하 문 매니저)는 SNS와 옥외광고 담당인데, 최근에는 홈경기의 테마와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 지난 8월 23일 충북청주FC의 홈경기 현장에서 문 매니저를 만나 그와 동행하며 스포츠마케팅의 현실에 대해 들었다.

축구단에서 일한다는 것
문 매니저가 충북청주FC에 입사한 것은 지난 3월이다. 근무한 지 5개월 남짓에 불과하지만, 그가 맡고 있는 업무의 범위는 매우 넓다. 구단 SNS 운영과 옥외광고 관리부터 홈경기마다 주제를 정하고, 이에 맞는 이벤트와 사전 홍보를 기획하는 일까지 담당한다. 인터뷰 당일에는 특정 브랜드와 함께하는 브랜드데이를 진행했고, 다음 홈경기를 위한 별도의 테마와 이벤트 기획도 이미 진행 중이었다. 눈앞에서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문 매니저의 업무는 이미 다음 홈경기를 향하고 있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 특히 경기장에서 구단을 운영하는 프런트가 되는 것이 오랜 목표였다.
원래 스포츠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고, 특히 구단 프런트를 정말 하고 싶었어요. 여기저기 시도하다가 충북청주FC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평소 근무하는 사무국과 경기장이 떨어져 있다 보니,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 홈경기 날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경기장에 들어서 확 트인 그라운드와 땀 흘리는 선수들을 마주할 때 비로소 축구단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물론 현장 업무가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무더운 날씨나 비가 내리는 날에도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되기에, 그만큼 직원들의 업무 강도와 피로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구단의 일원이 된 후 경기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자신이 몸담은 팀의 승패를 함께하는 주체로서 경기를 접하게 됐다. 그래서 그는 경기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도록 스스로 감정을 조절한다.
팀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레 깊어져요. 하지만 일부러 감정을 눌러 담담해지려고 노력해요. 골이 들어가도 마음을 가라앉히며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합니다.
이제 그에게 경기장은 관람석이자 엄연한 일터다. 팬이라면 경기 자체에만 집중하겠지만, 문 매니저에게는 그 순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현장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좋아하는 축구를 가장 가까이서 접하지만, 팬의 시선에서 한 발 물러서 경기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경기보다 훨씬 먼저 시작되는 업무
이날 충북청주FC의 홈경기 킥오프 시간은 오후 7시 30분이었다. 하지만 문 매니저의 업무는 오후 3시 30분부터 숨 가쁘게 돌아갔다. 그는 경기 시작 훨씬 전부터 경기장 안팎을 오가며 준비에 나섰다. 기자석에 명패와 음료를 배치하고, 대학생 마케터들과 업무 분담 미팅을 하는 등 주어진 일을 세심하게 챙겼다. 경기장 한편에서는 이벤트 부스가 운영되고, 선수단이 도착하자 대학생 마케터들이 선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촬영된 영상은 곧바로 짧은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구단 공식 SNS에 업로드되었고, 문 매니저는 전 과정을 밀착 관리했다. 하나의 업무를 마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무가 동시에 맞물려 돌아갔다.
킥오프 시간이 다가올수록 현장의 움직임은 더 바빠졌다. 출전 명단이 확정되면 기자석, 전광판실, 장내 아나운서, 심판실, 중계차 등에 신속히 배포해야 했다. 배포할 곳이 경기장 전역에 흩어져 있는 탓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문 매니저를 쫓다 보면 금세 숨이 차오를 정도였다. 그 사이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워밍업 모습, 이벤트존 운영, 선수단 입장, 경기 종료 후 팬 인사까지 전 과정을 기록하는 일 역시 그의 몫이었다.
경기가 시작된 후 문 매니저는 경기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꼽은 ‘미운영 좌석 구역’에서 관중석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라운드를 살폈다. 그의 머릿속에선 팬들에게 선보일 SNS 콘텐츠와 경기장 내 이벤트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팬을 다시 경기장으로 부르는 방법
홈경기 운영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관중을 경기장으로 유입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해 문 매니저가 기획한 이벤트 중 ‘럭키박스’ 프로모션은 큰 호응을 얻었다. 시즌 변경으로 재고가 된 지난 시즌 MD 상품을 1만.2만.3만 원대 패키지로 재구성하고, 구단 후원사의 항공권을 일부 패키지 포장에 경품으로 추가함으로써 상품 가치를 높였다. 약 100개 한정으로 준비된 이 상품은 판매 개시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완판에 가까운 호응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K리그 내 대형 인기 구단들과 비교하면 충북청주FC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충북청주FC는 다채로운 상품 기획과 적극적인 협업 시도로 차별화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지역 양조장과 협업해 구단만의 수제 맥주를 출시하는 것도 이러한 시도의 일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지역 내에 프로축구단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그래서 현재 구단의 마케팅 과제는 ‘어떤 마케팅을 할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구단을 알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충북 도민 대상 입장권 할인, 지역 축제 내 홍보 부스 운영, 홍보 현수막 설치, 지역 기반 SNS 채널을 활용한 광고 집행 등도 모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들이다.
또한 어린이 팬을 확보하기 위한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구단과 자연스럽게 친숙해지도록 유소년 축구교실과 지역 학교 방문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부모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특정 구단의 팬이 되는 것처럼, 어린 시절의 구단 체험이 장기적인 충성 팬층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새로운 팬층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팬층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서 문 매니저는 매주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을 위해 매번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팬에게는 잠시 들렀다 가는 포토 존과 이벤트 부스일 수 있지만, 문 매니저에게는 홈경기마다 새로운 콘텐츠로 채워야 하는 공간이다.
서포터즈 분들은 정말 매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매주 오셔도 지루하지 않고, 지난 경기 때와 부스가 중복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팬들에게 좋은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문 매니저의 일이지만 오히려 팬들에게 감동 받은 순간도 있었다. 문 매니저는 시즌 초반 성적이 부진했을 때도 선수들에게 야유 대신 따뜻한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던 팬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다른 구단이었다면 야유가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저희는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항상 ‘잘했다’, ‘기죽지 마라’고 말해주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저도 찡할 정도예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와 현실 사이에서
SNS로 보는 재미있는 콘텐츠나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만 보면 스포츠마케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치는 직업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현실은 좀 다르다.
생각보다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제약이 많아요. 아이디어를 실행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원하는 대로 쓸 수 없는 게 예산이잖아요. 그래서 기획할 때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게 돼요. 예산뿐만 아니라 인력, 경기장 여건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그는 충북청주FC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주변에 한화이글스 팬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아무래도 충청권이니까요. 그런데 가까이에 우리 충북청주FC도 있어요. 한 번 와서 보시면 야구와는 또 다른 열정이 있어요. 경기장에 오셔서 꼭 한 번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관중에게 홈경기는 정해진 시간에 시작해 종료 휘슬과 함께 끝난다. 그러나 그 경기를 팬에게 알리고, 경기장으로 이끌어 다시 찾고 싶은 경험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일은 그보다 앞서 시작되고 늦게 끝난다. 스포츠마케팅은 경기장 밖에서 축구를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아이디어를 팬이 실제 경험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이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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