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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욱
<사람이슈> 춤으로 자연을 그리는 안무가 조재혁
제 993 호    발행일 :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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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환하게 빛나는 존재가 무용수라면 무대 아래에는 빛나는 그 순간을 위해 노력하는 안무가가 있다. 봄기운이 차오르던 지난 3월,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조재혁 안무가를 만났다.

Q.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무용 예술을 하는 조재혁이라고 하고요, 올해부터 활동명을 ‘길흥’이라고 정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무용을 시작했으니까 벌써 삼십 년 넘게 활동하고 있네요. 국립무용단에서 2016년까지 무용수로 활동을 했고, 어려서부터 뭔가 만드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안무 창작을 시작했어요.

Q. 무용수로 활동을 하다가 안무가가 되는 게 흔한 일인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자연스럽기는 한데, 완전히 다른 감각을 사용해서 분리된 영역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건축으로 생각하면 안무가는 디자이너 역할을 하는 거고, 무용수는 디자인대로 직접 집을 짓는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Q. 무용단에서 나오신 이후 무용 단체인 ‘휴먼스탕스(Humanstance)’를 창단하셨는데, 단체명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저는 ‘인간이 있기에 예술이 존재한다’라는 의미로 ‘휴먼(Human)’을 팀명으로 생각했는데, 후배가 ‘예술 속엔 시대의 저항정신이 있어야 한다’라는 의미로 ‘레지스탕스(Resistance)’가 어떠냐고 제안해 둘을 합쳐 ‘휴먼스탕스(Humanstance)’로 정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한국무용 전공이다 보니 한국적인 언어를 써서 팀명을 만들까도 생각했지만, 좀 더 세계적인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걱정도 있었는데 계속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걸 보면 잘되는 것 같아요. 저는 시대의 공감성을 얻기 위해 현재의 것을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제 전공인 한국무용의 틀을 깨고 싶었다는 건 아니고, 여전히 전통적인 것이 세련됐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한국적인 것을 현대화할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계속해서 생각해 봐야 해요.

Q. 지금 안무가 활동에 직접 춤을 춰본 무용수 경험이 어떤 도움이 되나요?

  제가 안무 워크숍이나 교육하면서 느끼는 건데 꼭 춤을 전공하지 않아도 춤을 가르치고 안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어요. 그런데 그게 오래가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안무가라는 직업이 몸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창조해야 하는 작업이기에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춤을 전공하지 않은 안무가들을 보면 그렇게 오래 활동하지 못하더라고요. 직접 춤을 춰봐야 신체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알아야 상상하고 틀을 깰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제가 직접 무용수로서 활동했던 경험은 안무 창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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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까지 <돌>, <FOG>, <이윽고> 등의 작품을 만드셨는데, 이들 작품을 구상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시나요?

  명확한 과정이 있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학생들을 교육할 때는 저도 작품의 제목이나 주제를 먼저 묻고 시작합니다. 근데 작품을 만들 때는 먼저 ‘뭘 만들고 싶다’라고 막연하게 시작하고 나서 살이 붙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자연의 사물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돌>이라는 작품을 만들 때는 돌을 활용한 작품을 자주 제작하는 이우환 작가님을 보고 영감을 얻었어요. 핸드폰이나 노트북 같은 우리 주변의 사물 중 돌에서 온 것이 많아요. 지구도 돌이고. 이런 사물들을 보면서 처음 의도에 살을 붙여 나가는 편이에요. 
  <이윽고>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 표현한 작품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점보다 못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점보다 못한 인간은 끊임없이 발달하며 완성 단계에 다다르는 듯 보이지만, 정작 자살률은 높아지고 잔혹한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잖아요. 사회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성을 상실해 가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잖아요. 이런 인간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냥 관객들이 안무의 의미를 스스로 느끼도록 열어두는 편인데, 관객들은 안무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안무가의 의도보다 중요한 건 관객 한분 한분의 느낌과 이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대중성에 집중한 작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예술과 대중의 경계를 허물기는 싫습니다. 예술은 예술 고유의 색을 유지해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Q. 안무하실 때 가끔은 막힐 때도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자료를 참고하시는 편인가요?

  일단 저는 안무할 때 절대 표절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를 찾아보는 건 표절의 위험이 있어서 지양하고 있고, 제가 의도했던 동작을 무용수에게 직접 보여주는 편이에요. 그렇게 하면 저의 의도에 무용수의 색깔이 더해져서 색다른 안무가 나오기도 합니다.

Q. 생각하신 의도를 무용수에게 전달하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함께 작업하는 친구들이 워낙 똑똑해서 말로 설명하면 어느 정도는 다 알아듣고 제 뜻대로 움직여줍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까지 전달하지는 못해요. 실제로 함께 작업하는 친구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아무래도 저보다는 어리고 경험이 부족하잖아요. 그건 어쩔 수 없잖아요. 제가 직접 동작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개성이 강한 무용수에게는 최대한 말로 설명합니다. ‘네가 얼음이나 유리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해 봐. 그러면 어떤 표현이 나올까?’ 이런 식으로 무용수가 직접 자신의 표현을 찾아내도록 유도하죠. 그리고 작업할 때 연습실이나 극장에서 무대를 준비해 주는 모든 분께 항상 인사하라고 가르칩니다. 예술은 인사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거든요.

Q. 지금까지 공연을 올리시면서 국내의 공연 환경에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공연을 할 만한 극장이 많이 없는 게 좀 아쉽습니다. 있어도 모두 강당 같은 형태로 획일화돼 있어 아쉬워요. 국내에 개성 있는 극장이 생기면 좋겠어요. 스페인에는 도축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연장이 있거든요. 우리나라 성수동도 과거 준공업 지역의 폐공장과 붉은 벽돌 건물을 재생해 개성 있는 독특한 공간이 많이 만들어졌는데, 최근 애플스토어 같은 대형 브랜드가 유입되면서 특색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Q.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와 구상하시는 다음 작품이 있나요?

  무용 이외에는 사진을 좋아합니다. 요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있어요. 사진도 빛의 예술이잖아요. 제가 만든 작품에 빛을 이용한 표현이 많은데 그래서 더 사진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 작업부터는 좀 더 비워낸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까지는 대중적으로 많이 채운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작가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열 명, 스무 명이 보러오는 작품보다는 백 명, 이백 명이 보는 작품이 더 좋다는 생각도 하지만, 좀 더 도전적으로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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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기자
woogging22@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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