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우리 학교와 한국교통대(이하 교통대)는 교육부에 공식 통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5월 28일, 교통대의 평의원회 심의 회의록 사본 제출과 서류 간 일치 여부 확인 등 추가 보완을 요구했다. 이후 교통대는 6월 8일 평의원회 원안 가결을 거쳤고, 양교는 6월 13일 보완 사항을 모두 반영한 최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제 본격적인 승인 절차만 남겨둔 듯했다. 하지만 6월 30일 ‘글로컬대학30 동행평가’ 결과가 발표되면서, 양교의 통합 절차에 적신호가 켜졌다.
글로컬 D등급 확정, 지정 취소까지
교육부가 발표한 글로컬대학30 성과 평가에서 우리 학교와 교통대는 최저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교육부는 통합을 전제로 추진해 온 학사.조직 체계 개편과 캠퍼스 특성화 등 핵심 과제의 이행이 지연되고 미흡했던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D등급을 받으면서 두 대학은 글로컬대학30 사업 지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글로컬대학30 사업비 지원 중단은 물론, 기존에 받은 지원금마저 환수될 위기에 처했다.
이튿날인 7월 1일, 당시 박유식(경영학부 교수) 총장 직무대리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고, 7월 24일 유재수 정보통신공학부 교수가 총장 직무대리로 임명됐다. 한편, 우리 학교와 교통대는 평가 과정의 절차적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7월 16일 이의신청마저 기각되면서 지정 취소가 최종 확정됐다.
지정 취소 파장 속에서 교육부는 수정 통합 신청서를 7월 3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미확보된 통합재정 대책 마련과 함께, 변경된 초대 총장 선출 관련 합의 내용을 반영하라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양교의 갈등이었다. 지난 2월 합의 당시에는 초대 총장을 양 대학 구성원이 함께 선출하기로 약속했으나, 우리 학교 총장임용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가 지난 7월 10일 단독 총장 선거를 감행한 것이다. 교통대는 이를 명백한 합의 위반으로 규정하며 선출 방식 재논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두 대학은 통합 신청서 수정 이전에 초대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재합의부터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양교는 촉박한 시한 내에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고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끝내 수정 통합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로써 입시 일정상 필요한 시한 내 교육부의 통합 심사와 승인을 완료할 수 없게 됐으며, 양교가 당초 목표로 제시했던 2027년 3월 일괄 통합대학 출범은 사실상 무산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양교는 각각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글로컬대학30 사업비로 약 500억 원을 지원받았고, 올해는 약 210억 원이 추가로 지원될 예정이었다. 한편, 우리 학교가 이의신청 당시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기존에 지원된 사업비 552억 원의 회수는 물론 향후 지원 예정이던 1,118억 원 등 총 1,67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재정지원이 중단”된다.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지원이 즉시 중단된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미 교부된 예산을 반납하는 문제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정 취소의 기본 원칙은 향후 지원 중단이지, 기지급분 환수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대학 측이 스스로 통합을 철회할 경우에는 환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즉, 두 대학이 통합을 완전히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이미 받은 지원금을 돌려줄 가능성은 낮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논란 속 치러진 단독 총장 선거
고창섭 전 총장의 사퇴로 구성된 우리 학교 총추위는 리더십 부재를 이유로 지난 7월 10일 제23대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를 진행했다. 그러나 통합대학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치러지는 단독 총장 선거가 통합 취지에 어긋나고 양교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학내외에서 잇따라 제기됐다. 또한 지난 7월 3일 있었던 동행평가 결과 설명회에서 단독선거 추진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을 묻는 참석자의 질문에 학교 관계자는 “교육부는 단독선거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선거 추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총추위는 선거 절차 본격화 전에 합의를 도출하던 기존 관례를 깨고, 선거일부터 확정한 뒤 교수·직원·학생 간 투표 반영 비율 협의에 들어갔다. 6월 25일 후보 등록이 끝나고 이튿날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음에도 합의점은 좀처럼 찾아지지 않았다.
총추위가 직전 제22대 선거 반영 비율(교수 69%, 직원 23%, 학생 8%)을 임시 적용한 상태에서, 직원 측은 25%, 학생 측은 10%로의 비중 확대를 요구하며 대립했다. 지루한 줄다리기는 선거 직전까지 계속됐고, 결국 선거를 단 하루 앞둔 7월 9일이 되어서야 교수 66%, 직원 24.5%, 학생 9.5%라는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며 선거는 진행될 수 있었다.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선거는 4명의 후보가 출마해 결선 투표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구영완 경제학과 교수가 66.38%의 득표율로 1순위 후보자에 선출됐으며, 임달호 국제경영학과 교수가 33.62%를 얻어 2순위 후보자가 되었다.
그러나 선거가 마무리된 뒤에도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교통대와의 통합을 둘러싼 잡음이 여전한 쟁점으로 남아 있다. 교통대 구성원들이 우리 학교의 단독 총장 선출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9월 예정된 학내 통합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향후 양교 간 통합 논의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사범대학과 농업생명환경대학 일부 학생들이 학생선거인에서 제외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우리 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정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학생 투표는 총학생회, 총동아리연합회, 단과대·학과 학생회, 총·단대 대의원회, 학생복지위원회 등의 대표와 부대표 그리고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각 학과·학부의 일반대의원 2인이 참여하는 간접 투표 방식이다. 당초 총추위에 보고된 학생선거인 예상 인원은 386명이었으나, 실제 제출된 학생선거인은 158명으로 예상보다 228명이 줄었다.
<충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추위 관계자는 “학생회가 명부를 관리해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줄어든 이유도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총학생회 측은 “일부 학과에서는 (일반대의원이) 직접선거 없이 임명되는 경우가 있어서 배제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선거인 명부는 학생회 측에서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 오히려 학생 선거인이 늘길 바랐지만, 총추위에서 반려돼 명부가 수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이 확대되었음에도 정작 실제 투표 인원은 급감하면서 ‘학생 대표성 확보’에 중대한 결함을 남겼다.
한편, 총장 임용은 교육부 검증과 임명 제청,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이뤄지는데, 현재까지 임명 절차 진행 상황은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다.
충북대·교통대 통합, 9월 찬반투표가 마지막 관문
지정 취소 이후에도 두 대학은 통합 자체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글로컬대학30 사업과 무관하게 통합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에 통합추진위원회 성현수 주무관을 만나 현재 진행 상황과 남은 절차를 확인해 봤다.
현재 양교는 애초 계획했던 전면 통합 대신 단계적 통합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2027년 3월까지 재정·인사 등 행정 통합을 먼저 마무리한 뒤, 2028년 3월까지 학사 통합을 완수하겠다는 구상이다. 통합 신청서 보완 제출부터 교육부 승인까지 최소 두 달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 할 때, 기존 일정으로는 2027학년도 신입생을 통합 학칙으로 모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나온 대안이다.
행정 통합은 학사조직을 제외한 학교 운영체계 전반을 하나로 합치는 것으로, 2027년 3월 행정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학생들이 당장 체감할 일상의 변화는 크지 않다. 학과 이전 및 통합대학 신입생 모집 등을 포함하는 학사 통합까지 완료되는 2028년 3월에 이르러서야 명실상부한 통합대학이 출범하게 된다.
이에 따라 양교는 지난 8월 4일 단계적 통합 추진 일정을 교육부에 제출했으며, 8월 10일에는 통합추진대표단 1차 회의를 열어 단계적 통합 추진에 공식 합의했다. 우리 학교 4명(기획처장, 연구대학원 혁신처장, 사범대학장, 경영대학장)과 교통대 4명(교무처장, 기획처장, 입학처장, 사회과학대학장) 등 총 8명으로 구성된 통합추진대표단은 통합 신청서 보완을 위한 주요 쟁점 논의와 구성원 의견 수렴을 위한 합의안 마련을 맡게 된다.
양교 통합의 분수령은 9월 예정된 학내 구성원 대상 찬반투표다. 통합에 대한 구성원 대상 찬반 투표는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2023년 9월 통합을 조건으로 한 글로컬대학30 사업 참여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시작으로, 부결로 끝난 2025년 12월 최종 통합신청서 제출 찬반 투표, 그리고 고창섭 전 총장 사퇴 후 치러진 올해 2월 재투표까지 이미 세 차례의 투표가 있었다.
이번 9월에 예정된 4번째 찬반 투표는 사실상 통합의 향방을 가를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부결될 경우 양교의 통합 추진은 사실상 무산된다. 반면 가결되면 교무회의와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거쳐 9월 중 교육부에 최종 통합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찬반투표의 관건은 글로컬대학30 사업 지정 취소 이후 통합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있다. 기존 통합계획은 글로컬대학30 재정지원을 전제로 수립된 만큼, 향후 국고지원 중단은 통합 추진의 중대한 재정 위험으로 작용한다. 특히 단계별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인사.조직.정보시스템.캠퍼스 운영체계 정비와 학사구조 개편에는 상당한 재정 부담이 수반될 수 있다. 따라서 양교가 국비·지방비·자체재원 등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재원 조달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통합의 실현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진통 끝에 우리 학교와 교통대의 통합은 이제 ‘단계적 통합’이라는 새로운 시험대 위에 섰다. 글로컬대학30 지정 취소라는 악재와 재정 확보의 불확실성, 그리고 학내 절차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로 남아 있다. 9월 중 치러질 네 번째 찬반투표는 두 대학의 미래를 결정짓는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이다. 명확한 재원 조달 방안과 구성원 간의 진정한 신뢰 구축 없이는 통합의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우리 학교의 운명을 가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의 현명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조여경 기자
yanaatyourside@chungbuk.ac.kr
조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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