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학교 총학생회장 선거 과정에서 <선거시행세칙>의 모호성과 해석의 여지가 논란으로 이어졌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명확한 판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일부 사안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경고나 징계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학생사회 내부에서는 “선거 규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주요 쟁점은 ▲휴학생의 선거운동 참여 기준 ▲정해진 선거운동 시간 외 활동 규정 ▲사전선거운동 판단 기준 ▲접대행위의 범위 ▲사과문 게시 의무 등이 꼽혔다. 문제는 이러한 항목들이 세칙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부족해 실제 상황에서 해석이 엇갈렸다는 점이다. 이에 본지는 우리 학교 <선거시행세칙>의 구조적 한계를 짚고, 다른 대학 사례와 비교를 통해 개선 방향을 모색해 봤다.
금지 사항은 있는데 징계 기준이 없다
우리 학교 <선거시행세칙>은 총 6쪽에 7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제15조(금지사항)를 통해 다양한 부정행위를 나열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는 ▲허위사실 유포 ▲타 후보 비방 및 인신공격 ▲금전 및 물품 수수 ▲선거권자 및 피선거권자에 대한 협박, 공갈, 납치, 폭력행사 ▲접대행위 ▲사전선거운동 및 정해진 시간 외 선거운동 ▲교외 선거운동 ▲선거운동 방해 등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행위들이 나열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규정이 ‘어떤 행위가 금지되는지’만 나열할 뿐, ‘어디까지가 위반이고, 해당 행위는 어떤 징계에 해당’하는지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접대행위’의 경우, 단순한 식사 자리인지 선거운동의 일환인지 구분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사전선거운동도 어떤 시점부터 선거운동으로 간주할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부족하다. 또한 해당 세칙 제15조 2항은 “위 각호의 사항을 위배했을 경우 선관위원장 또는 부위원장은 주의 및 경고를 조치할 수 있다”라고만 명시에 징계 판단과 수위에 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의 재량권을 무한 인정하고 있다.
이 같은 한계는 실제 선거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특정 후보가 접대행위를 했다는 의혹과 함께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제기됐지만, 중앙선관위는 이를 제재하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는 “해당 행위가 공식 입후보 이전에 이뤄졌으며, 단순 간담회 성격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중앙선관위의 주관적 해석일 뿐이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규정이 애초에 명확했다면 논란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선거운동의 시작 시점과 적용 범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동일한 행위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와 달리 <충남대학교 선거시행세칙>은 총 18쪽에 13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체계적이고 세부적으로 선거와 관련된 사항을 규정한다. 해당 세칙은 “선거 진행 중 발생한 문제”에 따라 징계 수위를 명시하고 있다.
제62조는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에 대한 징계의 종류를 ▲시정명령 ▲주의 ▲경고 ▲자격 박탈로 구분하고, 징계 별로 해당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세칙에 의하면 “규정된 선거 기간을 위반한 선거운동”(제64조 1항),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자의 선거운동”(제64조 5항)은 ‘주의’에 해당하며 ‘주의’ 3회 누적은 ‘경고’ 1회가 된다. 또 “금전.물품.향응.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제65조 1항), “사조직 또는 유사조직을 이용한 사전선거운동”(제65조 7항)은 ‘경고’에 해당하며 ‘경고’ 2회는 선본의 자격 박탈 심의로 이어진다.
이 밖에도 우리 학교에는 없는 선거비용 규정이 눈에 띄는데, 해당 세칙 제52조는 선거비용을 ▲선거운동 물품 비용 ▲선거운동원 독려 비용 ▲선거운동 관련 대여비용 등 “선거운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모든 금액 및 모든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어 제53조는 선거비용 지출 계좌와 체크카드를 하나만 허용하고, 사전 신고를 의무화해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제54조는 총학생회장단 선거 비용의 상한을 1,5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자격 박탈 또는 당선 무효 처분이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선거운동 정의 부재로 사전선거운동 판단 혼선
사전선거운동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선거운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학교 <선거시행세칙>은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면서도 선거운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가 없다. 바로 이점으로 인해 현 총학생회 선본의 사전선거운동 문제에 중앙선관위는 면죄부를 줄 수 있었다.
이런 우리 학교와 달리 <충남대학교 선거시행세칙> 제43조는 “특정 선본 또는 후보자가 선거에서 당선되도록 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규정한다.
또한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제44조는 선거운동을 “후보자의 당선을 위한 행위”로 정의하고, 단순 의견 개진이나 준비행위는 선거운동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제45조는 ‘준선거운동’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사전 활동의 범위를 별도로 구분하고 있다. 단순한 의견 개진은 보장하지만 ▲입후보자를 위한 추천서 서명 활동 ▲선거운동을 위한 사전 정보 수집 ▲선거운동복 착용 활동 등은 준선거운동으로 관리한다.
중앙선관위의 자의적인 판단을 통제할 장치 부족
지난 선거에서는 휴학생의 선거운동 관여 의혹도 불거졌는데, 우리 학교 <선거시행세칙>에 선거운동원의 자격 규정이 따로 없다는 이유로 중앙선관위는 제재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유사 사례에 대해 제재가 이뤄진 바 있어, 규정 적용의 일관성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반면 <가천대학교 선거시행세칙> 제60조 8항은 선거운동원을 ‘재학생’으로 명시해 외부 인력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한편, 같은 행위를 두고 중앙선관위가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은 우리 학교 <선거시행세칙>의 규정 기능이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학교 세칙은 징계 판단과 수위에 관한 중앙선관위의 재량권을 무한 인정하고 있다.
당연히 중앙선관위의 판단을 견제할 장치는 없다. 현행 세칙 제29조는 세칙에 명시되지 않을 사항을 “중앙선관위원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결정이 부적절할 경우 이를 시정할 별도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 즉, 선관위 내부 판단에 대한 외부 통제 장치가 없는 구조다.
반면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제12조 3항은 중앙선관위원이 ▲회칙이나 세칙, 규칙을 위반한 경우 ▲선거의 공정성을 현저히 훼손한 경우 ▲위원으로서의 품위와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에 한하여 중앙운영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및 학생총투표에 관한 세칙> 제11조는 “본회의 회원(재학생)은 중앙선관위원이 조항을 충실히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판단할 경우 중앙운영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중앙운영위원회는 사안의 경중과 의도성을 파악하여 해당 중앙선관위원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중앙선관위원도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시대 반영한 세칙 개정 필요
규정이 모호할수록 해석의 여지가 커지고, 이는 곧 논란과 불신으로 이어진다. 선거 규정은 단순한 금지 조항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하며 지속적인 개정과 사례 축적을 통해 규정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다른 대학에 비해 우리 학교 <선거시행세칙>은 ▲용어 정의 부족 ▲금지행위 기준과 징계 수위 규정 미비 ▲선거 비용 규정 부재 ▲중앙선관위 감시 장치 부재 등의 문제가 있다. 특히 2011년 이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어 변화하는 학생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 학교 <선거시행세칙>에 반영이 시급한 내용은 먼저 선거운동, 선거운동원, 접대행위 등 핵심 용어에 대한 정의를 통해 금지 행위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징계 수위를 세부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이다. 다음은 선거 비용 상한제 도입 및 지출 내역 투명성을 강화하는 선거비용 관리 규정 추가다. 이는 경제력 차이에서 오는 입후보자 간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중앙선관위의 독단과 부적절한 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이의제기 절차와 위원 징계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
선거는 학생자치의 핵심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학생자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지금이라도 다른 대학 사례와 과거 선거 경험을 바탕으로 <선거시행세칙>을 정비한다면, 보다 명확하고 공정한 선거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모호한 규정을 넘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무너진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권령민 기자
dinosaurmin@chungbuk.ac.kr








권령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