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누군가는 갈등과 혐오의 공간이라 말하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서 협력과 연대의 가능성을 본다. 권오현 이사장은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다음 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서 ‘아고라’와 ‘티스토리’의 개발과 운영을 담당했던 그는 2015년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Parti)를 설립했다. 이후 ‘카누’(Canoe), ‘타운홀’ 등의 민주주의 플랫폼을 개발하고 보급하며 시민 참여의 장을 넓히고 있다. 특히 그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시 민주주의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의 총괄 기획자로 활동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는 시민사회단체 ‘코드포코리아’(Code for Korea)를 조직해 ‘공적 마스크 앱’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디지털 기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지난 2월 24일, 기자는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권오현 이사장을 만나 디지털 기술과 민주주의가 만나는 지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의 권오현 이사장.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기술로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열정을 가진 선한 사람들이, 그들의 기술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회적 기업 ‘빠띠’의 이사장이자, 시민들이 디지털 기술로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활동인 시빅해킹(Civic Hacking) 커뮤니티 ‘코드포코리아’의 오거나이저 권오현입니다.
Q. ‘빠띠’와 ‘코드포코리아’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시민 참여를 확장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이런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와, 디지털 영역에서 민주주의를 실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가 20대였을 때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인터넷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이라고 느꼈습니다. 특히 이 기술로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이후 한 정당에서 봉사 활동을 하며 중요한 경험을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때부터 온라인에서 시민의 의견을 모아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시민사회단체 '코드포코리아' 회원들.
Q. ‘빠띠’가 운영해 온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을 소개해 주세요.
인터넷 커뮤니티는 갈등과 혐오를 키우는 공간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캠페인을 통해 다른 장면도 확인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들,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래서 대화와 이해의 가능성을 발견했던 모든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중 하나가 ‘은하투표와 별별대화’입니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일대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입니다. 낯선 경험을 공유하는 그 순간이 늘 의미 있었습니다.
Q. 서울시와 함께 시민 정책 참여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 프로젝트를 오래 진행하셨는데, 해당 프로젝트를 하며 기억에 남는 제안은 무엇인가요?
많은 제안이 있었지만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난임 부부 지원 정책을 마련해 달라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시에 관련 정책이 없었는데 이를 계기로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또 건축 현장에서 길고양이가 압사되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이후 관련 조례가 논의됐습니다. 서울시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할지 시민에게 묻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공무원이 정책을 만들기 전 시민의 의견을 듣는 사례였습니다. 민주주의 서울에 올라온 제안은 대부분 일상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시민의 삶에 직접 연결된 문제였습니다. 시민이 제안하고 그것이 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 '민주주의 서울'에 참여해 활동하는 시민들.
Q. 코로나19 시기 공적 마스크 데이터 개방과 시민 개발자들의 협업 과정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경험이었을 텐데, 이를 통해 무엇을 얻으셨나요?
데이터를 개방하면 시민이 정부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정부 역시 시민의 역할을 분명히 인정한 사례였습니다. 이후 정부와 민간 협력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 한 가지는 청년들의 변화였습니다. 처음으로 개발에 참여한 학생들이 “개발로 사회에 이바지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경험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겁니다. 저는 이런 경험이 시민으로서의 효능감을 키운다고 봅니다. 자신이 가진 기술이 사회에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Q. 이사장님은 디지털 공간이 시민의 대화와 참여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는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디지털 공간에는 알고리즘 문제가 있습니다. 비슷한 의견만 보게 되면서 다른 생각과 멀어지기 쉽습니다. 또 데이터가 산업 자원으로만 소비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저는 데이터가 소외된 사람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이해하게 만드는 데이터도 필요합니다. 사회 현실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협력을 촉진하는 데이터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기술은 연대가 필요한 사람을 연결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대화의 자리로 이끌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이사장님은 오랫동안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두고 계시는데, 어떤 문제의식으로 일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이 각자 잘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고방식에 의문이 있었습니다. 나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함께 잘 사는 세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기술 기반 민주주의를 떠올렸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드러내고 서로 협력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런 변화가 기관과 정부를 바꾸고 결국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마지막으로,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은 대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데이터가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는 단순한 산업 자원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삶과 노력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 뒤에 있는 사람을 함께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단순히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익을 다시 사람에게 돌려주는 방법도 고민하게 됩니다. 데이터를 사람의 흔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출발해 보길 권합니다.
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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