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추구미’가 뭐야?”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흔하게 오가는 질문 중 하나이다. 자신이 동경하고 닮고 싶은 미적 지향점을 뜻하는 ‘추구미’는 이제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다. 그리고 패션은 이러한 추구미를 시각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수단이다. 그 바탕에는 오랜 시간 겹겹이 쌓아온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자리하고 있다. 누군가는 즐겨 듣던 음악과 좋아하는 영화에서 영감을 얻고, 누군가는 자신의 내면을 옷차림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 속에서도 무작정 흐름을 쫓기보다 자신만의 취향을 탐구하며 ‘진짜 추구미’를 스타일로 완성하는 학생들이 있다. 패션동아리 ‘유스컬쳐’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과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홍승찬(산림학과·21), 이다빈(축산학과·24) 최명석(자연과학자율전공계열·25), 최민주(축산학과·25) 학생을 만나 그들의 스타일 속 취향 이야기를 들어봤다.
Q.오늘 입은 옷을 소개해 주세요.
▶승찬 재킷은 바버고, 셔츠는 엔지니어드 가먼츠 셔츠입니다. 바지는 캡틴 선샤인 바지 입었습니다. 상.하의 둘 다 일본 브랜드입니다. 신발 브랜드는 블런드 스톤인데, 호주 브랜드고, 가방은 리바이스입니다.
▶다빈 상의는 H&M 기본 검은 티고, 바지는 빈티지 가게에서 구매한 청바지입니다. 이 바지 위에 하얀색 벨트로 포인트를 줬어요. 그리고 신발은 닥터마틴 체리색 워커입니다.
▶명석 재킷은 지오지아이고, 안에 티는 일본 브랜드 빈티지입니다. 바지는 입생로랑 빈티지 라인이고 신발은 닥터마틴 첼시 부츠를 신었습니다. 같이 매치한 가방은 이탈리아 빈티지 가방입니다.
▶민주 상의는 빈티지 가게에서 구매한 것이고, 하의는 플레어업의 롱스커트를 착용했습니다. 신발은 가죽 닥터마틴을 매치해 상.하의의 무거운 실루엣에 대비를 줬습니다. 그리고 모두 검정으로 코디했습니다.
Q.옷을 입을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승찬 저한테 어울리는 지가 가장 핵심이죠. 옷을 볼 때 ‘저 옷 예쁜데 나에게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옷이 멋져서 샀는데 저랑 어울리지 않으면 못 입잖아요.
Q.최근에 잘 샀다고 생각한 패션 아이템이 있나요?
▶다빈 플라스틱 프로덕트의 엠피에이 벤트 캡(Mpa Vent Cap) 제품이에요. 디자인이 무난하면서도 흔하지 않아 마음에 들었어요. 마침 시험 기간에 쓸 모자를 찾고 있었는데, 일반 모자보다 크고 가벼워서 잘 쓸 것 같아요.
▶민주 도니카란뉴욕(DNKY)의 메탈 시계를 구매했어요. 일반 시계의 형태가 아닌 팔찌 형태의 시계라 다가오는 여름에 잘 착용할 것 같아요.
Q.자주 입는 옷이나 즐겨 찾는 브랜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다빈 빈티지 매장을 즐겨 찾는데, 그중에서도 비비안 웨스트우드, 히스테릭 글래머, 트루릴리전의 빈티지 제품들을 좋아해요. 이 세 브랜드처럼 브랜드 고유의 독창성이 묻어나는 스타일을 특히 좋아해요.
▶명석 평소 즐겨 찾는 브랜드는 로에베, 코스, 폴로인데 요즘 가장 관심이 가는 브랜드는 생로랑입니다. 특히 생로랑 디렉터인 ‘에디 슬리먼’이 보여주는 감성을 좋아해요.
▶민주 해칭룸의 하이넥 셔츠 재킷(셔켓) 검정 제품을 자주 입어요. 패션동아리 ‘유스컬쳐’에서 ‘쇼핑여지도’ 활동을 하러 성수동에 갔다가 발견했는데, 입어보고 한눈에 반해 바로 구매했어요. 평소 빈티지 제품은 요지 야마모토, 고무(gomme), 준야 와타나베의 것을 좋아하고, 그 외 오픈 와이와이(OPEN YY), 혜인서, 나체의 제품도 즐겨 찾아요.
Q.패션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승찬 옷을 좋아하시는 어머니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어떻게 하면 이 옷이 나에게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나에게 어울릴 만한 옷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패션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명석 재작년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패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이후 단순히 멋져 보이기 위한 옷을 넘어, ‘패션쇼 무대 위의 옷들은 어떤 메시지를 품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본격적으로 패션에 빠져들었어요. 특히 고급 맞춤복(오뜨 꾸뛰르)과 특정 개념을 중심으로 입는 코어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에 와서 보니 코어 패션이란 결국 스스로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취향과 이미지를 옷에 투영하는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Q.좋아하는 패션 취향과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요?
▶승찬 사진, 영화, 그림처럼 눈으로 즐기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좋아해서 평소 색감을 잘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특히, 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사이의 일본 영화, 그리고 70~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좋아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옷을 다 따라 입어볼 정도예요. 이런 영화 속 분위기와 어울리는 캐주얼 스타일에 도전하고 싶어요.
▶다빈 2000년대 초 스타일을 정말 좋아하는데, 특히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에이브릴 라빈의 특유한 분위기에 큰 매력을 느껴요. 노란빛의 긴 생머리와 자유분방함, 그리고 마음속에 숨겨진 반항적인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스타일이 무척 인상 깊어요. 그래서 저도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에이브릴 라빈만의 독보적인 펑크룩에 꼭 한번 도전하고 싶어요.
▶민주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피크닉>을 가장 좋아해 DVD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예요. 영화 특유의 감각적인 화면 연출과 죽음, 그리고 종말에 대해 던지는 질문들이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더불어 중학교 시절 좋아했던 한 밴드가 제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줬고, 이후 국내 힙합부터 일본 재즈, 제이팝, 인디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했어요. 그리고 이것들이 자연스럽게 제 패션 취향에 영향을 줬어요.
Q.패션 트렌드는 정말 빠르게 변하는 것 같은데, 자신만의 대처법이 있나요?
▶승찬 ‘10년 뒤에도 내가 이 옷을 입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요. ‘좋은 옷으로 하나 사서 오래 입자’라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트렌드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어요. 요즘 유행인 ‘색깔의 해방’에 맞춰 ‘스테디에브리웨어’의 하늘색 니트를 샀어요. 유행에 구애받지 않은 아이템을 사되, 채도가 높은 색을 사서, 제 스타일을 지키면서 유행에 맞춰가는 편이에요.
▶명석 저는 남들과 다른 개성으로 단순히 주목받기보다는, 특정 문화의 중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살아가는 사람이 되려고 해요. 겉모습만 흉내 내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 문화 자체를 생활에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태도가 진짜 멋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민주 패션은 유행에 민감한 분야라 저 역시 트렌드의 영향을 받는 편이에요. 하지만 유행을 무작정 따르기보다는 저만의 색감과 실루엣,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는지를 기준으로 삼아 선별해서 받아들여요. 스타일을 지켜간다는 건 변하지 않는 모습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변화를 조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Q.옷을 고르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요?
▶다빈 유니크한 디테일이 있는 옷과 유행을 타지 않는 옷에 가장 끌리는 것 같아요. 패션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고 그에 따라 제 스타일도 자주 바뀌다 보니, 시간이 지나 안 입게 되는 옷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결국에는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처럼 전체적인 실루엣이 자연스럽고 예쁜 옷을 가장 오래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명석 꾸준히 좋아하게 되는 건 다양한 스타일과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는 옷인 것 같아요. 특히 원단이나 디테일, 옷의 패턴처럼 기본적인 완성도가 잘 갖춰진 옷이 좋아요. 또 여성복과 남성복의 경계가 모호한 중성적인 스타일도 좋아해요.
▶민주 저의 기준은 ‘어두운 색채’예요. 화려한 색채보단 차분하고 정제된 느낌을 좋아해서 옷의 디자인도 어두운 색상일 때 멋이 더 잘 살아나는 옷을 선호해요. 그리고 옷을 입었을 때 본인은 물론 타인이 보기에도 편해 보이는 실루엣과 분위기가 중요해요.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옷이라도 그 안에 특별한 포인트가 있으면 마음이 끌려요. 그래서 주로 절제된 색감 속에서 작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옷들을 찾아요.
Q.한참 시간이 지난 후 지금 자신의 패션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승찬 옷장에서 옷을 꺼냈을 때 20대의 추억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지금 입는 옷을 30대에도 입는다는 확신이 있어요. 제 체형과 취향이 30대까지 변하지 않길 소망해요. 지금 입고 있는 재킷은 역사가 있는 브랜드에요. 원래 재킷에 왁스 칠이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기름이 다 빠진 상태예요. 취향에 따라 조금은 올드해 보일 수 있지만, 무늬와 장식이 없고 색도 검정이라 10년 뒤에도 입을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산 옷이에요.
▶다빈 훗날 ‘젊은 시절을 정말 잘 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좋겠어요. 인생에서 오늘의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잖아요. 그렇기에 지금의 나만 소화할 수 있는 스타일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싶어요.
▶명석 작품 속을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조연으로 기억되길 바라요. 그래도 은근히 시선이 가는 매력적인 등장인물로요. 저는 보는 사람에게 피로감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만의 깊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겉으로 ‘나 세계관 있는 사람이야’ 하고 드러내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나는 이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미감이 좋아요. 진짜 매력은 억지스러운 독특함이 아니라, 현실을 열정적으로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럴 때 더 나다워지는 것 같고요.
▶민주 ‘촌스럽다’라고 기억되고 싶어요. 저는 촌스럽다는 말이 과거의 한 시기를 가장 잘 녹여낸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유일하니까 먼 미래에 저를 추억할 때 지금을 나답게 잘 살아낸 저로 기억되고 싶어요.
박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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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