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문대학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07학번 유성렬 학우. 1955년생인 그를 두고 사람들은 ‘만학도’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세월은 그를 ‘만학도’로 만들었지만 마음 속의 열정만큼은 신입생 못지않은 그를 직접 만나봤다.

“원래 서울 중앙구청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근무하면서 타 대학에서 법학공부를 했었는데, 법철학을 배우면서부터 의문이 생겼어요. 계속해서 공부해봤지만 궁금증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었죠. 그건 철학을 모르기 때문이었더라고요. 그래서 철학 공부를 위해 편입 준비를 하다가 이렇게 충북대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편입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입은 어느새 빙그레 미소를 띄고 있었다. 포기한 직장생활을 후회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한다는 그에게 학교 생활은 어떤지 물었다.

“불편한 점은 전혀 없어요. 학과나 기숙사에서 만나는 학우들도 잘 대해주고 교수님들도 좋으세요. 거기다 하고 싶은 공부까지 하니 정말 기분 좋고 행복합니다. 학교 생활 자체는 만족하고 있어요.”

학생들과 어울려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역시 불편한 점은 없다고 한다. 평소 공강시간이나 수업 후에도 기숙사에서 학우들과 어울리며 지낼까?

“기숙사에서는 밥 먹고 잠 자는 것 외에는 거의 붙어있질 않아요. 학과 친구들과 같이 지내거나 과 조교에게 양해를 구해서 전공 강의실에서 공부합니다. 도서관 열람실 같은 경우는 칸막이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불편하거든요. 강의실을 빌려 쓰는 대신 보안은 제가 철저히 책임지고 신경써요. 창문 단속이나 문 잠그는 일 같은 거요.”

이제는 직장인이 아닌 학생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다.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하게 된다면 우리학교 대학원에서 했으면 하고요. 학위에 신경쓰기보단 정말 공부가 하고 싶은거죠.”

마지막으로 친구이면서 동문인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먼저 철학과 학우들에게 한 마디 하자면 철학과에 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라는 거예요. 철학은 학문 중의 학문이거든요. 현실적으로 너무 동 떨어져있다, 취직이 안 된다 말들이 많지만 요즘은 자기가 스스로 능력을 개발해야 하는 시대예요. 다른 단과 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학교 학생들은 자부심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우리학교 교훈이 진리, 정의, 개척이잖아요. 진리를 알고 정의를 추구하면서 개척해 나간다면 못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스스로를 믿고 긍지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들도 너무 훌륭하시고 대외적으로도 수준급인 학과들도 많아요. 경험상 대학 동문만큼 사회에서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도 없거든요. 그러려면 좋은 본보기가 생겨야 하고, 좋은 본보기가 되려면 열심히 노력해야죠. 제가 보기엔 우리학교가 정말 최고거든요.”

기자와 인터뷰가 이루어진 곳은 철학과 전공 강의실. 앉아있던 책상과 의자가 몸에 맞추어 놓은 것처럼 익숙한 모습이 느껴졌다. 하고 싶은 일에 진심으로 몰두하는 그가 정말로 늦은걸까? 짧은 시간 동안 강의실을 채운 것은 진심으로 행복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박혜인 수습기자
pie00k@cb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