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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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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예원
그땐 몰랐던, 급식 노동자 이야기
제 990 호    발행일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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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3일, 충북 음성의 한 유치원 조리실무사로 일하던 故 이영미 씨가 폐암으로 사망한 뒤 교육기관 공무직으로는 전국 최초로 순직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급식실의 노동 환경 개선은 더디기만 하고, 그 사이 폐암으로 사망하는 급식 노동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병들게 하는 그 현장은 어떠한지,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어떠한지 알아보자.


늘어나는 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재

  근로복지공단의 ʻ학교급식종사자의 폐암 산업재해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폐암이 산재로 최초 인정된 2021년부터 현재까지 폐암 산재 인정을 받은 급식 노동자는 178명이며 그중 사망자는 15명이다. 산재는 노동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에 따라 승인 여부가 갈리는데, 급식 노동과 폐암 산재의 인과관계를 밝힐 때는 주로 조리흄(음식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 및 유해가스) 노출 정도가 중요하다. 즉 하루 몇 시간씩 몇 년간 조리 업무를 수행했는지가 중점이다. 이 외에도 환기 시설, 공간의 밀폐도 등의 조리 환경과 고온의 기름 사용 여부 등의 조리 방식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급식 노동자의 유형별 평균 산재 승인율은 사고성 재해 98.4%, 출퇴근 재해 94.9%인 데 반해, 질병 재해는 76.1%로 승인율이 낮다. 급식실에서의 장기간 근무로 인해 발생하는 직업성 질환은 여전히 산재 인정이 어려운 편이다. 특히 폐암 산재는 폐암 잠복기를 10년으로 보기 때문에 노동 기간이 10년을 넘지 않으면 산재 인정을 받기 어렵다.
  이에 대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북지부 배미경 수석부지부장은 “최근엔 10년을 채우지 않아도 산재 승인이 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그래도 10년의 벽은 여전히 공고해요. 근무 기간에 따른 누적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단순히 근무 연수로만 따지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12년 이상 근무한 저도 폐 결절이 7개 정도 있어요. 근데 제가 아는 분 중 5년 동안 급식 노동을 하신 분은 결절이 있고, 추적 관찰까지 해야 할 정도라고 해요. 경력이 10년이 안 돼도 더 심하게 아픈 사람이 있는 거예요. 이렇게 제 주변 사례만 봐도 폐암 산재 인정 기준 10년은 맞지 않아요. 그리고 흔히 조리흄 얘기를 하면 보통은 튀김 요리에서 나오는 연기로 한정 지어 생각하는데, 국을 끓일 때 나오는 김이나 식기를 닦을 때 사용하는 약품에서도 나와요. 그래서 ‘튀김 요리가 없는 날엔 조리흄이 덜하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절대 아니에요. 특히나 식기에 약품 성분이 묻어나올까 봐 꼼꼼히 검수하는 과정을 매일 거치는데, 이런 상황에 10년은 무리한 숫자죠. 그래서 제가 바라는 건 3년이지만, 정 어려우면 5년으로 낮춰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 5년간 폐암 산재를 인정받은 급식 노동자가 178명에 달한다는 것은 급식 노동자의 노동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준다.

급식 노동자의 노동 환경은?

  배미경 부지부장이 묘사하는 조리실 내부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쟁터다.
  “급식 노동은 보통 아침 7시 40분부터 시작해요. 검수 작업을 마치고 조리, 배식, 그리고 후처리까지 전 과정에서 고강도 노동을 하죠. 시간이나 인력이 충분하다면 괜찮아요. 하지만 상상해 보세요. 500명에서 1,000명은 되는 아이들의 급식을 2~3시간 안에 조리해서 배식까지 완벽하게 해야 하는데 현장에는 인력도 충분치 않아요. 지금도 1인당 식수 인원이 100명이 넘어가는 곳이 있고, 심지어 결원이 나면 그 자리를 메꿀 사람이 없어서 남은 사람들이 떠맡게 돼요. 이른 아침부터 이뤄지는 고강도 노동과 충분하지 않은 인력만으로도 급식 노동자의 일터는 전쟁터예요.”
  이와 더불어 배미경 부지부장은 안전하지 못한 노동 환경을 얘기했다. “튀김이나 전 요리를 한 2~3시간 하면 그때 올라오는 연기나 냄새, 그러니까 조리흄 때문에 힘들어요. 조리할 때는 정신이 없어서 잘 못 느끼지만,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앉으면 그제야 메스꺼움이나 현기증이 올라와요. 더구나 불을 사용하니 조리실은 거의 찜통이에요. 특히 올여름은 무척이나 더웠잖아요. 창문을 열어도 소용이 없어서 튀김, 전 요리를 하다가 쓰러져서 응급실에 가신 분도 많았어요. 그렇게 응급실에 가면 그 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죠. 또 조리실 바닥에는 트렌치라고 철로 된 배수 시설이 있어요. 그게 관리가 제대로 안 되거나 미끄러워지기 쉬운 소재를 사용하면 장화를 신고 걸어 다니다가 넘어지기 십상이에요. 안전하지 않은 노동 환경에 저도 여러 번 십년감수했죠. 급식실에서 쓰는 밥솥은 그 무게만 해도 20kg인데, 밥을 지으면 무게가 더 늘어나겠죠. 현장은 바쁘다 보니까 그걸 조리사 한 명이 들어요. 저번에 제가 그 밥솥을 들고 가다가 트렌치에 미끄러졌는데, 순간 내 몸은 다쳐도 밥은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밥솥을 구한 적이 있어요. 또, 튀김 요리를 여러 가지를 준비할 때 기름을 버리다가 솥의 크기랑 무게 때문에 힘이 빠져서 온몸에 다 엎을 뻔했던 적도 있어요. 그 외에도 절단기나 칼을 사용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경우는 허다하고, 아까 말한 트렌치 말고 큰 배수구가 또 있는데 그걸 청소하다가 다리가 빠져서 살이 찢어지는 경우도 셀 수 없이 많아요. 이런 위험이 급식 노동자에겐 일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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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치를 청소하는 모습.                                                                                                              (출처:학비노조)

  이런 상황에서 배미경 부지부장이 바라는 건 안전한 노동 환경 조성과 노동자가 무리하지 않게 충분한 인력이 충원되는 것이다.
  “故 이영미 씨의 순직 인정 이후로 교육감도 환경 개선에 관한 얘기는 하고 있지만, 솔직히 아직은 미흡해요. 조리흄 때문에 쓰러지고, 트렌치 때문에 넘어지는 것과 관련해 얘기하자면, 어떤 학교는 후드가 고장 났는데도 내년에 교육청이 환경 개선해 준다니까 그때까지 참으라고 얘기해요. 그래서 얼마 전에 그 학교에 가서 내년까지는 고장 난 후드를 사용해야 하니 수리해 달라고 요구했어요. 다행히 지금은 개선이 됐더라고요. 트렌치 같은 경우도 재작년에 충북교육청에서 교체 사업을 진행했는데, 노동자가 바랐던 경량 트렌치가 아니라 오히려 더 두껍고 무거운 트렌치로 교체했어요. 그래서 업체에 물어보니까 자기는 잘 모른다고 해요. 기계나 시설을 교체하고 트렌치에 미끄럼 방지 소재를 사용했다는 등의 공치사만 하지 말고, 현장 급식 노동자의 요구가 잘 수용됐는지, 설치된 시설은 제 기능을 잘하고 있는지 등의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주면 좋겠어요. 배치 기준 완화나 인력 충원도 절실해요. 근데 교육청에서 공고를 올려도 매번 미달이에요. 지원자가 없는 건 노동 조건에 문제가 있다는 거겠죠. 특히 방학 중엔 무임금인 경우도 있고, 임금을 받아도 노동 대비 저임금인 경우가 많아요. 또, 상을 당해도 하루밖에 못 쉬기도 하고요. 이런 처우를 보면 당연히 급식 노동에 발 들이기가 힘들어지죠. 결국 사람이 부족해지고,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한 사람이 무리하게 노동하게 되고, 또 이런 노동 환경을 보고 지원자가 없는 악순환이 생기는 거예요. 궁극적으로 해결되려면 노동 환경뿐만 아니라 급식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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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처리 작업 중인 급식 노동자.                                                                                                       (출처:학비노조)

  마지막으로 배미경 부지부장은 “산재 인정 기준이 최근 나아지는 추세지만, 그 이전에 자잘한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 환경을 관리해 줬으면 해요. 일하다가 다치셔서 3개월, 6개월 자리 비우시고 혹은 동료들 곁에서 영영 떠나버리는 상황이 오면 같이 일하던 동료로서 그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여러 위험이 도사리는 현장에서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충분히 보장받길 바라요. 조리실무사들이 웃으며 일하는 노동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됐으면 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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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미경 학비노조 충북지부 수석부지부장.

웃으며 일할 수 있으려면

  급식 노동자의 노동 환경에 관한 이야기는 꾸준히 제기돼 점차 나아지고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여건은 열악하다. 최근 4년간 연당 최소 1,100건에서 1,500건을 웃도는 조리실무자의 산재 인정 건수는 여전히 위험한 급식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보여준다.
  위험이 도사린 조리실에서 부족한 시간과 인력으로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급식 노동자들이 웃으며 일할 수 있으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형화되지도 못한 산재 인정 기준, 조리흄을 유해인자로 지정하지 않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급식 노동자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대책이 빠져 있는 <노동안전종합대책> 등 제도적으로도 해결할 문제가 산더미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 결정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맛있는 급식을 기다리는 학생들 앞에 모든 급식 노동자가 지친 기색 없이 웃으며 서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민예원 기자
myw0331@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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