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위기, 지역경제에 충격
홈플러스는 경영 악화와 자금난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3월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점포 매각과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했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자금난과 상품 공급 차질이 심화하면서 지난 7월 13일부터 전국 67개 핵심 점포가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법원은 지난 7월 3일 회생 계획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운영자금이 부족해 회생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2천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하면서 법원은 지난 7월 21일 기존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절차를 재개했다.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한 홈플러스는 임시휴업 점포 67곳의 영업을 지난 8월 13일 재개했다. 영업 재개와 정상화 노력에 힘입어 9월 2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결의 인가 결정을 내렸다.

청주 지역에는 청주점·청주성안점·오창점·동청주점 등 4개 점포가 있었는데, 지난 1월 동청주점이 폐점하면서 3개 점포가 남았다. 이들 3개 점포도 지난 7월 13일부터 임시휴업에 들어갔다가 긴급운영자금 확보 이후 영업을 재개했다.
영업을 재개했지만, 홈플러스의 정상화가 최종적으로 무산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주시정연구원은 지난 7월 청주 지역 홈플러스 4개 점포가 모두 폐점할 경우를 가정해 지역경제 영향을 분석했다. 한국은행의 2020년 기준 지역산업연관표를 활용한 분석 결과, 관련 업종의 생산은 2천25억 원, 부가가치는 1천88억 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일자리는 3천94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주성안점 주변 상권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됐다. 청주시정연구원은 성안점 인근의 소매업종 상가 비중과 전체 상가 수가 많아 점포 폐점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문 연 청주성안점, 현장 정상화는 아직
기자가 매장을 직접 방문해 확인해 보니 홈플러스 청주성안점이 영업을 재개했지만, 매장 전체가 휴점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모습이었다.
층별로 영업 재개 상황이 뚜렷한 차이를 보였는데 패션몰, 카페 등 입점 업체가 들어선 1층은 마트 영업 재개와 함께 방문객이 늘면서 상당 부분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반면 가전, 자동차용품, 생활용품으로 이뤄진 지하 1층은 아직 영업 준비가 진행 중이었다. 내부 조명이 꺼져 있고, 상품 진열대도 비어 있었다. 지하 2층 식품관은 영업을 재개했지만, 상품 구성에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일부 신선식품 판매 공간에는 기존 품목 대신 다른 상품이 진열돼 있었고, 빈 진열대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확실히 휴점 이전보다 상품 선택 폭이 제한적이었다. 계산대 운영도 축소돼 1곳만 운영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정상 영업보다는 최소 인력과 제한된 상품으로 매장을 열어둔 느낌이었다.

▲ 신선식품 매대에 진열된 조리기구.
문은 열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
영업은 재개됐지만 매장 운영과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전세종충북지부 엄성진 조직국장은 “휴업 기간 노동자들이 평균임금의 70% 수준의 휴업수당을 받았으며, 지난 8월 13일 청주점·청주성안점·오창점의 영업이 재개한 이후에도 모든 노동자가 복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점포별 상황에 따라 매장 운영에 필요한 필수 인원을 중심으로 복귀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최근 확보된 2천억 원의 긴급운영자금에 대해서도 노조는 신중한 입장이다. 엄 국장은 “2천억 원은 거래처 대금 지급 등을 위한 긴급 회생자금으로, 회생 자금으로는 부족하다”라며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매장 정상화 수준에 대해서도 “점포마다 다르지만, 법정관리 문제가 불거지기 전과 비교하면 50~60% 수준 정도에 그친다”라며 “상품 구색이 휴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엄 국장은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과 함께 회사와 노조의 자구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자금 투입이 국민에게 민감한 문제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과 대책 없이는 정상화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그는 “체질 개선과 필요한 구조조정 등 회사 차원의 자구책을 병행하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업주까지 생각하는 책임 있는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엄 국장은 시민들의 관심과 이용도 호소했다. 노조는 지난 8월 18일 홈플러스 서울강서점에서 ‘우리 동네 홈플러스 우리가 살려요’를 내걸고 ‘오픈런 장보기 운동’을 진행했다. 엄 국장은 “홈플러스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시민들도 관심을 두고 많이 이용하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절망에 빠진 폐점 점포 입점 상인들

▲ 불 꺼진 홈플러스 청주성안점 지하 1층.
홈플러스 사태의 여파는 마트 노동자뿐 아니라 점포 안에서 홈플러스와 계약을 맺고 영업해 온 입점 상인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폐점이 발표된 일부 점포에서는 홈플러스 마트의 영업이 중단된 이후에도 입점 업체들이 그대로 점포에 남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홈플러스의 유동 인구를 기대하고 입점한 상인들로서는 마트 영업 중단으로 고객이 급감했지만, 시설 투자와 임대차 관계 등으로 당장 점포를 철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폐점한 홈플러스 점포에 입점한 한 상인은 “폐점한 건 홈플러스 마트고 입점 업체들은 계속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홈플러스 전체가 문 닫은 줄 알고 방문하지 않아 매출이 급감했다. 손님들의 문의 전화에 영업한다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 올해 매출은 부진했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약 50% 수준까지 떨어졌다”라고 전했다.
마트의 유동 인구를 보고 입점한 상인들은 거듭된 매출 타격으로 일부가 철수를 시작했고, 상권 자체가 크게 위축했다. 지난 8월 13일 영업을 재개한 67개 점포와 달리 폐점이 확정된 37개 점포는 이번 영업 재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마트 영업이 중단된 이후에도 일부 상인은 잔류하여 영업을 지속하고 있으나, 시민들의 폐점 인식과 이용객 감소로 인한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위약금 없는 계약 해지와 법원의 허가를 거쳐 폐점 점포 37곳에 입점한 업체들의 임대료와 수수료를 지난 5~6월분부터 평균 30% 인하하는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커다란 매출 감소로 인해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대책도 불투명하다. 앞서 만난 상인은 “홈플러스 측이 입점 업체들의 향후 영업이나 피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거나 적극적인 협의를 진행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라며 “마트 영업 여부와 별개로 입점 업체들이 각자 영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의 안내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기업의 경영 실패를 정부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소상공인이 기업과의 계약을 믿고 영업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이면 앞으로 어디에 가서 누구의 약속을 믿고 계약할 수 있겠는가. 소상공인이 억울하거나 불공정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정부와 관련 기관이 책무를 다해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문은 다시 열었지만”…재영업 입점 상인도 불안
영업을 재개한 점포의 입점 상인들도 정상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말한다. 전국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 황하순 대외협력부회장은 “지난 7월 갑작스러운 휴점 과정에서 점주들이 충분한 사전 안내나 협의 없이 영업 중단 사실을 통보받았다”라며 “매출은 사실상 끊겼는데,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는 계속 발생했고, 일부 점주들은 직원 급여와 거래처 대금 등 당장 지급해야 할 비용을 마련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전했다.
영업이 재개된 이후에도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황 부회장은 “고객 방문이 휴점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데다 시설과 영업 환경 문제, 회생절차 과정에서 발생한 미지급.지연 정산금 문제도 남아 있다”라며 “특히 폐점 예정 점포와 재영업 점포 모두 향후 운영 방향이 불확실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을 것인지, 발생한 매출과 보증금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불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입점점주협의회는 홈플러스 측에 미지급·지연 정산금의 구체적인 지급계획과 지급 보장, 점주들과의 정기적인 소통 및 협의체계 마련, 임대보증금 등 점주들의 권리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폐점 점포에 대해서는 원상복구 비용 등 점주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영업을 재개한 점포에는 실질적인 영업 환경 개선책 마련을 바라고 있다.
황 부회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단순한 금융대출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피해가 발생한 점주들이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미지급 정산금에 대한 지원 및 보증, 기존 대출의 상환기간과 거치기간 연장, 이자 부담 완화, 운영비와 인건비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홈플러스 사태로 피해를 본 입점 점주들에 대한 전수조사와 기존 소상공인 지원제도로 해결하기 어려운 피해를 위한 별도의 맞춤형 대책도 요구했다. 그는 “점주들은 더 많은 빚을 내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발생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생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과 안전망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한 기업의 재무 문제를 넘어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 상인, 지역 상권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단순히 매장의 문을 다시 여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지속 가능한 경영 기반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회생 과정에서 정부와 채권단, 회사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또 새로운 인수자가 책임 있는 경영 의지를 보여줄지도 중요한 변수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노동자와 입점 상인, 지역사회에 남긴 상처를 어떻게 줄이고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가 홈플러스 정상화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새 단장을 준비 중인 홈플러스 청주성안점 지하 1층.
김성훈 기자
shk2004policy@chungbuk.ac.kr








김성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