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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건
<현장르포> 국회를 향한 조리실무사의 외침, 학교비정규직 총파업 현장 가다
제 991 호    발행일 : 202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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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공무직본부의 조리실무사, 국회 향해 노동존중을 염원하다.


  겨울 초입, 쌀쌀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던 지난달 20일. 충청북도교육청 앞에는 대형버스들이 늘어섰고, 초록색 조끼를 입은 인파가 정돈된 동작으로 생수 더미와 모자, 깔개를 옮기고 있었다. 이윽고 오전 9시, 이들은 버스에 탑승해 서울 여의도 대한민국 국회로 향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의 릴레이 총파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순간이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이하 공무직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 전국여성노동조합(이하 여성노조)으로 구성된 연대회의는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과의 집단임금교섭(실무교섭 4회, 본교섭 4회)을 진행했으나, 교육당국이 연대회의의 핵심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고, 지난 10월 16일 마지막 본교섭에서도 입장 차를 해소하지 못해 결렬을 선언했다. 연대회의는 교육당국이 기본급 인상안으로 제시한 ‘7만 2천 원 인상’만으로는 최저임금 이하 수준이라며 수용을 거부했다. 또한 조리실무사의 폐암 산재 인정 사례가 잇따르며 부상한 열악한 근무환경도 파업의 핵심 동인이 됐다. 이에 연대회의는 ▲최저임금 미달 수준의 기본급 인상 ▲교육공무직 법제화 쟁취 ▲방학 중 비근무로 인한 생계 대책 ▲임금.수당 차별 구조 타파 ▲발암물질 노출 등 열악한 환경 타파를 요구하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단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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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연대회의, “최저임금 이하 기본급 이제는 박살내자”

  초록 조끼를 입은 공무직본부 충북지부와 동행했다. 충북지부는 버스에 탑승한 조합원들에게 점심 식사로 김밥 한 줄과 주먹밥, 백설기 하나를 건넸다. 자신들의 파업으로 대체 급식을 먹게 될 아이들에 대한 무거운 마음에서 한 선택처럼 보였다. 차 안에서 간소한 음식으로 요기하고 오전 11시, 일행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조합원들은 본부가 나눠준 초록색 모자와 담요, 깔개를 들고 국회의사당 앞 교차로로 이동했다. 거대한 전광판을 바라보고 충북지부가 맨 앞줄에 자리 잡았다. 그 뒤를 서울.인천.강원.세종지부가 이었다. 곧이어 초록색(공무직본부)과 분홍색(학비노조, 여성노조) 조끼를 입은 수천 명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갑고 거친 시멘트 바닥에 앉아 ‘차별을 끝내자’, ‘집단임금교섭 승리’ 피켓을 들었다.
  연대회의 소속 조직 대표들이 차례로 단상에 올랐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학비노조 민태호 위원장은 2018년 교육부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2018년 교육부가 학교 종사자 직무평가를 실시한 결과, 교육공무직의 직무가치는 교원.공무원의 90%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규직 대비 90% 수준으로 임금 체계가 마련돼야 하는데 여러분 그렇게 받고 계십니까? 이재명 정부는 중앙정부 부처의 비정규직 국가 공무직에 대해서는 차별 해소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기본급은 공무원 인상률보다 더 높은 3.8% 인상안을, 명절 휴가비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공무원과 동일하게 기본급의 120%를 적용해서 국회로 예산을 넘겼습니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를 외면한 채 교섭 타결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단상에 선 여성노조 최순임 위원장은 정부의 무책임을 비판했다.
  “정부가 바뀌어 올해는 파업을 안 해도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집단임금교섭을 해보니 하나도 변한 게 없습니다. 2017년부터 집단임금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비정규직이라고 무시하는지 조금 올려주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뿐입니다. 지금 당장 학교 비정규직 관련법을 정비하고 예산을 마련해 학교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차별을 없애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그 속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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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임금교섭 승리' 결의를 다지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 강동배 본부장.

  공무직본부 정인용 본부장도 발언에 나섰다.
  “교육행정을 지원하고, 장애 학생을 돕고, 급식.돌봄.상담으로 아이들의 영양과 정서를 지키며, 야간에도 학교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달라진 건 없습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 명절.육아비 차별, 방학 중 비근무 직종 차별은 여전합니다. 비정규직 저임금 철폐, 차별 없는 학교 안전한 학교, 오늘 우리 투쟁으로 반드시 쟁취합시다.”
  현장에는 진보당 국회의원인 손솔, 정혜경 의원이 함께했는데, 정혜경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학교를 멈춘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결심입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비정규직 차별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서울에서 신규 채용된 급식 노동자 10명 중 3명이 6개월 만에 퇴직했고, 올해 3월 신규 채용에서 서울 지역 미달률이 80%를 넘었습니다. 노동자가 학교에 오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급식과 교육은 누가 책임집니까? 여러분의 투쟁은 후대가 양질의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싸움입니다. 아이들이 안전한 급식을 먹도록, 동료들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하는 투쟁입니다. 저와 진보당은 명절휴가비, 방학 중 생계 보장, 학교급식법 개정 등 연대회의의 요구를 국회에서 반드시 관철하겠습니다.”
  수년간 조리실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단상 너머 국회를 향해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령의 조합원들은 지친 기색에도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피켓을 흔들었다. 총파업의 외침은 멈춰 선 학교보다도,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행동이었다.

“우리는 학교의 그림자가 아니다” 여의도를 가른 대규모 행진

  오후 2시가 되자, 수천 명의 조합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전광판 앞에서 모였던 초록색, 분홍색의 물결이 긴 행렬을 이루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의사당역에서 여의도역 교차로까지, 대로와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는 행진이 이어졌다.
  질서정연한 걸음이었지만 울림은 컸다. 아파트 앞을 쓸던 경비원, 스마트폰을 바라보던 직장인, 자동차 창문 너머 운전자, 버스 안 시민들의 시선이 대규모 행진으로 향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시선들이 놓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수없이 많은 학생, 혹은 그 학생의 부모가 이들이 만든 급식을 먹으며 자랐다는 것이다.
  총파업에 처음 참여한 청주 오송의 ㅁ초등학교 1년 차 조리실무사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노동운동에 거부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조리실무사로 근무하다 보니 불합리한 노동 환경이 너무 많아요. 노동은 고강도여서 노동대로 힘든데, 그 대가가 너무 빈약한 현실에 바꿔야 한다는 절실함이 생겼어요. 그래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서 총파업에 참여했습니다”라며 참여 동기를 전했다.
  ‘우리는 그림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선두에서 행진을 이끈 김미경 공무직본부 충북지부장은 “우리는 학교 안 필수 인력인데, 수십 년간 임금 차별만 이어졌습니다. 학교도, 교육청도, 교육부도 우리를 그림자로 봅니다. 지난 7월 집단임금교섭이 시작된 이후, 윤건영 교육감의 얼굴조차 본 적 없습니다. 경남, 제주, 경기 그리고 전북까지 365일 상시 근무 전환을 앞두고 있는데, 충북은 전국 최하 수준의 임금과 단체 협약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충북도교육청은 더 이상 책임을 미루지 말고, 우리 목소리에 답해야 합니다. 계속 외면해도 이곳에 모인 우리는 일터에서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겁니다”라며 충청북도교육청의 실질적 대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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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급식은 탄두리 치킨 덮밥입니다” 다시 전쟁터 같은 조리실로 돌아가는 이들

  이번 총파업은 목요일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이는 권역별 릴레이 파업 일정 때문이었고, 결국 조리실무사들은 다음날 금요일 다시 조리실로 출근해야 했다.
  청주 ㅇ중학교의 7년 차 조리실무사는 행진 중에도 내일 급식 메뉴를 떠올렸다.
  “탄두리 치킨 덮밥이요. 신메뉴예요. 아이들이 좋아하면 보람은 있어요. 그런데 준비하는 사람은 정말 힘들어요.”
  그는 학교 급식은 전문점 수준을 요구하면서 인력과 환경은 제자리라고 하소연했다.
  “예전에는 수다날(수요일은 다 먹는 날) 같이 특식이 나오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였는데, 요즘은 매일이 특식 수준이에요. 셰프가 와서 랍스터 요리를 가르치고, 요구르트를 직접 뜨고, 사골도 직접 우리고, 마라탕에 들어가는 분모자, 푸주 등 재료까지 수백 인분을 손질해요. 월급도 그대로, 인원도 그대로인데 일은 점점 많아지고 힘들어져요. 이게 말이 되나요.”
  그는 기본급 인상 못지않게 조리 인력 증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에 하루 세 끼를 모두 급식하는 고등학교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 조리실 인원이 10명이었고, 지금은 6명인데 노동 강도는 지금이 더 높아요.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하지만 적은 인원으로 조리, 설거지, 식판 세척, 청소까지 하려면 모든 과정이 전쟁 같아요. 이번 파업으로 환경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면 좋겠어요.”

  하루종일 김밥 한 줄과 주먹밥 하나로 진행된 투쟁은 오후 4시경 마무리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렸고, 버스에 타자마자 잠에 빠져드는 조합원이 많았다. 청주로 내려오는 버스 안은 폭풍이 지나간 듯 고요했다. 각 지부의 간부들은 다음날 총파업을 위해 서울에 남았다.
  충청북도교육청에 도착한 조합원들은 각자 해산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다음 파업 때 봅시다.” 그 담담한 한마디는 임금 차별 철폐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노동자의 숙명을 보여주는 듯했다.
  총파업 이후 지난 11월 28일, 다시 한 번 연대회의와 교육당국의 3시간 30분간 집단임금교섭이 이뤄졌으나, 또다시 결렬됐다. 이에 연대회의는 “오는 12월 4일과 5일 2차 총파업은 더욱 큰 규모가 될 것”이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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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건 기자
dongard@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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