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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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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준혁
늘어나는 불법 온라인 도박, 청소년이 위험하다
제 993 호    발행일 : 2026.04.13 
  기자가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1만 원 충전 지원해 드릴 테니 게임 하실래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상대방 말을 계속 듣다가 불법 온라인 도박 광고 전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성년자였던 기자가 광고 전화를 받을 정도로 불법 온라인 도박은 이미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검거된 사이버 도박자, 절반 이상이 청소년

  온라인 환경의 발달과 함께 불법 도박 이용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불법 도박 상담 신청 인원은 2023년 2,743명에서 2024년 3,391명으로 23.6% 증가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청소년 이용자의 급증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검거된 사이버 도박자 9,000명 중 절반 이상이 청소년이었으며, 이는 직전 통계보다 약 83% 증가한 수치다. 불법 온라인 도박이 청소년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다.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파고드는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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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성을 강조하며 도박을 유도하는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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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게임 머니 제공을 통해 도박을 유도하는 광고.

  최근 온라인 불법 도박 광고는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SNS, 문자 메시지, 전화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경로로 누구나 쉽게 노출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같은 SNS에는 “고수익 보장”, “누구나 쉽게 돈 벌기” 같은 문구를 내세운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화려한 수익 인증 사진과 후기를 곁들여 신뢰감을 주는 척하다가, 댓글이나 개인 메시지로 도박 사이트 가입을 유도한다. “무료 포인트 지급”, “첫 가입 시 보너스 제공” 같은 문구가 담긴 문자도 무작위로 발송되며, 링크를 클릭하면 곧바로 불법 도박 사이트로 연결된다.
  문제는 이러한 광고를 신고해도 피해 금액이 발생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처벌이 어렵다는 점이다. 광고만으로는 법적제재를 가하기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도박 사이트 이용자는 늘어만 간다. 온라인 불법 도박 광고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피해자들의 증언, 3만 원이 200만 원이 됐다

불법 도박에 빠져 실제로 피해를 경험한 ㄱ 씨와 ㅊ 씨를 만나 불법 온라인 도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도박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ㄱ  고등학생 때 친구의 권유로 도박을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1만 원으로 온라인 도박을 해서 300만 원을 벌었다며 계좌를 직접 보여줬어요. 고등학생에게는 엄청난 금액이었죠. 그 자리에서 사이트 정보를 받아 바로 시작했습니다.
▷ㅊ  저는 축구 경기 분석이 취미였습니다. 친구들과 장난으로 소액 내기를 했는데 제가 다 맞혔어요. 그때 자신감이 생겨서 유명 축구팀 스폰서로 있는 해외 도박 사이트에 가입했습니다.

Q. 미성년자도 불법 도박 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나요?
▶ㄱ  국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이용했는데, 본인인증 단계가 있긴 했지만 고등학생도 가입할 수 있었어요.
▷ㅊ  저는 해외 유명 도박 사이트였는데, 부모님 명의를 이용해 가입했습니다.

Q. 도박 사이트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요?
▶ㄱ  스포츠 승부 예측, 카드 게임, 주사위 게임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게임 진행 방식은 우선 사이트에서 알려주는 대포통장으로 돈을 입금하면 관리자가 확인한 뒤 제 계정으로 게임 머니를 넣어줍니다. 그 게임 머니로 베팅하며 여러 게임을 합니다. 게임 머니를 다 잃어도 친구를 가입시키면 공짜로 만 원을 주거나, 만 원을 충전하면 게임 머니 오천 원을 더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속 도박하도록 유도합니다.
▷ㅊ  ㄱ 씨 설명처럼 도박 게임 종류는 정말 다양한데, 심지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예측 도박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사용했던 사이트는 충전 금액에 10%를 얹어 게임 머니를 주는 방식으로 도박을 유도합니다.

Q. 본인이 결정적으로 도박 중독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ㄱ  3만 원으로 시작해 200만 원을 벌었던 순간의 도파민이 문제였어요. ‘나는 소액으로도 큰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뇌를 지배했고, 점점 더 큰돈을 베팅하게 됐습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도박에 중독됐어요.
▷ㅊ  저도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천 원으로 수백만 원을 벌고 난 후에 점점 거액을 베팅하게 됐습니다. 그게 중독의 시작이에요.

Q. 도박이 본인에게 어떤 해악을 끼쳤나요?
▶ㄱ  빚이 눈덩이처럼 불었어요.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다 보니 수십 명의 친구에게 돈을 빌렸고, 어느 순간 빚이 약 3,000만 원이 됐어요. 부모님이 한 번 갚아주셨지만, 도박을 끊지 못해 2,000만 원의 빚이 또 생겼습니다. 결국 텔레그램에서 불법 사채까지 썼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친구들은 모두 떠나 있었고 부모님도 지쳐 계셨습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빚을 갚고 있습니다.
▷ㅊ  저는 학업 성적을 잃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전교 20등 안에 드는 나름 모범생이었어요. 그런데 2학년 때 도박에 빠진 뒤 매일 밤새 도박하고 학교에서 조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성적은 중하위권으로 떨어졌고, 결국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습니다.

Q.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온 계기는 무엇인가요?
▶ㄱ  이미 말한 것처럼 불법 사채까지 쓰는 저 자신을 보며 정신이 들었어요. 그렇게 도박 사이트를 탈퇴하고 도박 생각이 나지 않도록 아르바이트와 운동을 하며 바쁘게 살았습니다.
▷ㅊ  저는 불법 도박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법원 재판까지 받았습니다. 도박을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기고 나서야 완전히 끊을 수 있었습니다.

청년층 도박 중독, 작은 내기가 결국 중독으로 이어진다

  세종·충북 지역에서 도박 치료 상담을 담당하며 도박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는 세종충북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이하 센터) 김경진 센터장을 만나 청년층 도박 문제의 실태와 치료 현황, 그리고 제도적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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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충북도박문제예방센터 김경진 센터장.

  김경진 센터장은 최근 청소년·청년층에서 도박이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에 대해 사회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최우선 가치가 되면서,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도박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의 발달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도박에 접근할 수 있게 된 환경 변화도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았다.
  센터에서는 도박 중독자에게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김경진 센터장은 도박 중독의 본질에 대해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들은 돈이 부족해서 도박을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과 같은 기본적인 심리 욕구의 결핍에서 비롯된다”라고 설명했다. 경쟁 사회 속에서 도박으로 큰돈을 벌었을 때 얻게 되는 인정과 유능감이 채워지지 않은 심리적 욕구를 일시적으로 충족시켜 준다는 것이다. 이에 센터에서는 내담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 기본 심리 욕구를 채울 수 있도록 돕고, 집단 상담을 통해 타인의 사례를 들으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게 이끌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문제를 자발적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센터의 회복 사례는 8~12% 수준이다. 김경진 센터장은 “수치만 보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도박이 얼마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인지를 생각하면 꽤 괜찮은 회복률”이라고 평가했다.
  제도와 정책의 미비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진 센터장은 현재 가장 큰 문제로 불법 도박 사이트의 범람을 꼽으며, 단속의 한계는 인정하면서도 국가의 의지 부족을 지적했다. 도박 사이트 운영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운영자들이 수익을 챙기고 복역 후 재개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 사례로 캐나다 일부 주에서는 도박 예방 주간에 모든 방송사의 광고권을 구매해 도박 예방 광고만 방영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도박 중독자 수를 지금보다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경진 센터장은 도박과 게임의 경계를 명확히 인식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친구들과 천 원, 이천 원의 적은 금액으로 내기하는 건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지만, 그 작은 시작이 결국 도박 중독으로 이어진다”라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도박 중독은 당사자만의 고통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변인은 물론 가정 전체를 무너뜨리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처벌 강화와 제도적 지원 등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박 중독으로 인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박 전문 상담 1336, 세종충북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 043-275-0051 전화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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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실제 화면.


손준혁 기자 
sonjunhyeog123@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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