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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승민
현도면 재활용선별센터, 절차 논란 속 주민 반발 지속
제 991 호    발행일 : 2025.12.01 
  “아이들 통학로 바로 옆에 재활용선별센터(이하 선별센터)가 들어선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혹시라도 유해 성분이 노출될까 봐 부모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도면 죽전리 인근에 거주하는 학부모 고정희(현도면 선동리) 씨는 선별센터 예정 부지와 옥포초등학교가 매우 근접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밝혔다. 그는 “냄새나 먼지뿐 아니라 아이들이 흡입할 수 있는 유해 성분이 조금이라도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라며 등하교 시간대 대형 수거 차량으로 인한 교통 위험도 거론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난해 청주시가 마련한 세종 선별센터 견학 이후 오히려 불안이 커졌다고 말했다. “세종 시설은 주변에 학교나 주거지가 거의 없고 주민 생활권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현도면에 들어올 시설은 옥포초와 하이트진로 기숙사 바로 옆에 지어집니다. 같은 종류의 시설이라도 여기서는 위험이 훨씬 가깝게 느껴져 두렵습니다.”
  주민들의 불안은 단순한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선별센터는 재활용품을 분류하는 시설이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폐기물성 물질이 섞여 들어오고, 압축·선별 장비 가동 과정에서 분진, 악취, 유기성 가스, 소음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현도 부지는 하이트진로 청주공장 기숙사와 약 15m, 옥포초와 약 400m, 가장 가까운 주택과도 수백 미터 이내에 있어 주민들은 “생활권 전체가 잠재적 영향권에 들어간다”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청주시는 주민설명회, 환경영향평가 여부 등 절차적 논란 속에서도 “법적 절차에 따라 추진된 사업”이라는 태도를 유지하며 사업을 지속하고 있어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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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의 첫 진입 시도에 주민들의 전면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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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7일 아침, 현도면 죽전리 일대는 이례적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청주시는 올해 안에 센터를 완공하지 못하면 국비 35억 원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공사가 공사 준비를 위해 부지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주민 수십 명이 부지 입구를 가로막으며 공사 차량.장비의 진입을 전면 차단했다. 주민들은 이미 부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절차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라며 공사 강행을 반대해 오던 터였다. 이날도 4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진입 차량 앞을 가로막고, 도로에 누워서 공사 시작을 저지했다. 일부 주민은 현수막을 붙잡고 “사전 설명도 없이 공사를 강행하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공사 관계자는 “이미 용도 변경이 완료된 부지이며, 과거 매립장이던 곳을 선별센터로 전환하는 것이므로 문제없다”라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은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 “청주시는 각성하라” 등의 구호로 맞섰다. 다행히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현장에서는 행정의 부재가 두드러졌다.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있었음에도 충돌 조정이나 명확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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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활용선별센터 반대를 외치는 안영예 비대위원장.

입지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공백

  지난 11월 7일 대치 상황의 배경에는 오래된 질문이 있다. “이 사업이 처음부터 타당하고 투명한 절차 위에서 출발했는가?”라는 것이다.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점은 두 가지다.
  먼저, 입지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주민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청주시가 초기 검토한 13개 후보지에 현도면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후 5개 후보지로 압축되는 과정에서 현도면이 포함됐지만 어떤 이유로 포함됐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당시 입지 평가를 맡았던 용역업체가 이후 감리단으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사와 감독을 한 업체가 수행하는 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둘째, 환경영향평가 및 사전 협의 절차 부재이다. 주민들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현도 부지의 별도 환경영향평가 문서를 요청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청주시는 과거 휴암동 선별센터 건립 당시 사용한 ‘환경적합도 평가’ 자료를 사실상 재활용하고, 현도면 부지에 대한 별도의 조사와 평가 절차는 진행하지 않았다. 현도면비상대책위원회 안영예(현도면 우록리) 위원장은 “어떤 환경 자료를 가지고 이곳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는지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라며 “행정 절차가 이렇게 비어 있는 상태에서 사업을 밀어붙이니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청주시는 선별센터 문제에 대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절차 위반이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문제없다’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해 청주시와 충북도를 상대로 행정 절차를 문제 삼아 행정심판과 민원을 제기했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는 절차 위반이나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에 주민들은 “외부 기관 판단만으로 문제가 끝났다는 식의 태도로는 실질적인 절차 논란을 덮을 수 없다”라며 절차적 투명성과 책임 있는 설명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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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 제품의 품질 저하 우려

  선별센터가 들어설 현도면 부지는 애초 하이트진로 공장이 청주시에 기부.체납한 부지다. 하지만 청주시는 이곳을 선별센터 부지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하이트진로 측과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 하이트진로 공장과 선별센터 부지는 불과 수십 미터 거리에 있고, 직원 기숙사는 바로 인근에 있어 악취, 소음, 분진, 폐기물 운반 차량 증가 등으로 생활 환경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하이트진로 직원은 “재활용품을 압축하거나 보관하는 과정에서 벌레나 냄새가 공장 내부로 유입되면 원재료 오염이나 제품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주류는 향과 맛이 조금만 변해도 출하할 수 없어 피해가 클 수 있다”라며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고, 수출 물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처럼 회사에 직접적 손해 가능성이 있음에도 청주시는 사전 협의나 설명 과정이 전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해 청주시 담당 부서는 “소송 진행 중으로 답변이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정으로 번진 갈등, 주민 부담 우려까지

  선별센터 시공사는 공사 지연으로 하루 약 1,5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한다며 지난 11월 주민 7명을 상대로 ‘공사방해금지가처분 및 손해배상 청구’를 청주지방법원에 제기했다. 가처분 결정까지 약 한 달이 예상된 가운데, 그전까지는 공사 강제 집행이 어려워 현재 공사는 중단 상태다. 시공사 측의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당초 1억 원 규모였으나 공사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2억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법원이 시공사의 손해를 일부라도 인정할 경우, 그 부담은 주민들의 몫이 된다.

갈등의 핵심은 ‘님비’가 아닌 행정의 절차적 정당성

  현도면 갈등은 단순한 “우리 지역만 빼달라”는 님비(NIMBY) 현상으로 볼 수 없다. 주민들은 “절차가 투명하고 협의가 충실하다면 시설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다만 주민 고지, 설명, 협의, 평가 등 주요 절차가 생략되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행정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비도심 지역이라는 이유로 설명 책임이 느슨해지는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청주시는 최근 준공 시점을 2027년 12월로 연기했으며, 사업비도 당초 계획보다 약 100억 원 늘어난 371억 원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주민들은 부지 앞 천막에서 교대로 자리를 지키며 “이 문제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삶의 문제”라며 1년 넘게 절차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사업이 공공의 이익으로 받아 들여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절차가 충실히 지켜졌다는 신뢰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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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승민 기자
2023013010@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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