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학교 심리학과 학생과 졸업생들이 지난 10월 7일 오후 1시 10분 학교 정문 앞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심리 상담 공통업무화’ 추진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학생들은 직역별 수련 내용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업무 확대가 심리 상담의 전문성과 내담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시국선언의 배경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이 이미 심리상담 바우처사업과 재난심리지원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관련 업무를 공통업무에 명시하려는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학생들이 문제 삼은 개정안 내용은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공통업무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행하는 심리상담 및 재난심리지원 사업의 수행’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정신건강전문요원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정신건강간호사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작업치료사 등 4개 직역으로 구성된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정신질환자 등의 심리평가·교육과 당사자 및 그 가족의 심리상담, 심리 안정을 위한 서비스 지원을 맡는다. 정신건강간호사는 간호 필요성에 대한 관찰·자료 수집과 간호 활동, 건강증진 활동의 기획·수행을 담당한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사회서비스 지원에 관한 조사와 사회복지서비스 상담·안내를, 정신건강작업치료사는 작업 수행 평가와 작업치료, 관련 교육 및 서비스 기획·수행을 맡는다.
학생들은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심리 상담을 공통업무로 정하면, 심리 상담 수련이 충분하지 않은 인력도 상담을 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리 상담이 내담자의 정신건강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업무 확대에 앞서 전문성을 보장할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윤단비(심리학과 대학원 석사卒·23) 씨는 가장 우려되는 문제로 내담자의 안전을 꼽았다. 그는 “접근성 확대도 중요하지만, 국가에서 제공하는 심리 상담 서비스를 국민이 신뢰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라며 “네 직역은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내담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나눠 제공하도록 설계돼 있다. 직역별 전문성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격증 취득만으로 상담 역량이 충분히 갖춰지는 것은 아니라며, 석사 과정에서 상담을 배울수록 그 어려움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다만 충분한 심리 상담 수련을 받은 다른 직역의 상담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가 지적한 핵심은 개정안에 심리 상담의 범위와 필요한 수련 기준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시국선언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심리 상담 공통업무화 추진 중단 ▲심리 상담의 전문성과 임상적 특성을 반영한 명확한 제도적 기준 마련 ▲전문적인 교육과 수련을 받은 인력이 안전하고 전문적인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을 요구했다.
양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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