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 기생, 세종대왕, 소헌왕후로 분장한 배우들.
세종대왕과 제기차기를 하고 소헌왕후와 투호 실력을 겨룬다면 어떤 기분일까?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리에 자리한 초정행궁에서는 역사 속 인물로 분장한 배우들과 놀이를 즐기는 ‘워킹액터’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기자는 친구들과 함께 행궁을 찾아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초정행궁은 세종대왕이 초정약수로 눈병을 치료하며 머물렀던 곳이다. <동국여지승람>과 <조선왕조실록> 등에 관련 기록이 남아 있다. 세종은 1444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초정에 행차해 총 117일간 머물며 치료와 요양을 했다. 행궁은 1448년 화재로 소실됐으나,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재현돼 2020년 6월 문을 열었다. 현재는 탕실구역, 침전구역, 내전구역, 외전구역 등으로 구성돼 왕의 목욕과 치료, 생활 공간을 살펴볼 수 있다.
워킹액터는 세종대왕과 소헌왕후, 내관, 기생 등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행궁 곳곳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배우들은 관람객과 기념사진을 찍고 즉석 상황극을 펼치며 놀이 대결을 제안한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행궁 관리소에서 참가비 1,000원을 내고 팔찌를 받은 뒤 배우들과 대결하면 된다. 대결을 마치면 도장과 나무 조각을 받는다. 네 명의 배우에게서 조각을 모두 모아 관리소에서 색칠하고 목공풀로 조립하면 자석 기념품이 완성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외전구역의 외행전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내관은 기자에게 딱지치기 대결을 제안했다. 승부에 진심인 내관과 한동안 대결을 이어갔지만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결국 내관은 도장을 찍어주고 나무 조각을 건넸다.
다음으로 향한 탕실구역에서는 세종대왕을 만났다. 세종대왕은 제기차기 대결을 제안했고, 내관은 왕과 겨루는 만큼 예를 갖추라고 당부했다. 기자는 공손히 인사하며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세종대왕은 제기를 다섯 번 찼다며, 그보다 많이 차면 도장과 나무 조각을 주겠다고 했다. 제기차기에 익숙하지 않은 기자는 친구들과 함께 도전하는 방식으로 규칙을 바꿨다. 힘을 합쳐 기준을 넘긴 뒤 두 번째 도장과 나무 조각을 얻었다.
두 차례 대결을 마친 기자와 친구들은 ‘초정원탕행각’에서 잠시 쉬어갔다. 초정약수를 이용한 야외 족욕 시설인 이곳에는 발을 담그며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이 여럿 있었다. 기자도 자리에 앉아 초정약수에 발을 담갔다. 시원한 물이 발에 닿자, 일상의 긴장과 피로가 잠시나마 가시는 듯했다.
휴식을 마친 뒤에는 침전구역으로 향했다. 왕이 머무는 공간을 재현한 이곳에서 소헌왕후를 만났다. 소헌왕후가 제안한 투호 대결에서 승리해 세 번째 도장과 나무 조각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바로 옆에 있던 기생에게 대결을 요청했다. 기생이 선택한 놀이는 ‘디비디비딥’이었다. 빠른 순발력이 필요했지만 어렵지 않게 승리해 마지막 도장과 나무 조각을 받았다.

▲ 투호를 하고 있는 방문객.
행궁 관리소로 돌아와 나무 조각에 색을 입히고 목공풀로 하나씩 붙이자, 자석 기념품이 완성됐다. 작은 기념품에는 조각을 모으기 위해 행궁 곳곳을 누볐던 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기념품을 볼 때마다 세종대왕과 내관, 소헌왕후, 기생을 만나 놀이를 즐겼던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았다.
워킹액터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운영되며 11월까지 진행된다. 워킹액터의 매력은 기록으로 접하던 세종대왕 시대를 배우들과 만나 놀이를 즐기며 경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선선한 가을, 초정행궁에서 역사 속 인물들과 어울리며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권령민 기자
dinosaurmin@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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