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입학을 앞두고 다가올 첫 만남에 설렘과 떨림을 느끼고 있을 때, 누군가는 이미 알던 친구와 함께 같은 대학을 진학하게 돼 조금은 안도감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기자와 청주여자고등학교에서 2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함께 전우애를 다지며 입시를 마치고 난 후에 새로운 출발선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지우 안녕하세요. 이번에 독일언어문화학과에 입학한 새내기 김지우입니다.
▷수빈 전 행정학과에 입학한 25학번 이수빈입니다.
▶하은 저는 자율전공학부에 입학한 민하은입니다.

Q. 고교 동창인 세 분이 모두 우리 학교에 오게 된 걸 알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수빈 사실 저희 셋은 추가 합격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합격했어요. 다른 학교에 추가 합격할 가능성도 작아서 그저 무덤덤하게 받아들였어요. 원체 셋 다 감정 변화가 별로 없어요. 근데, 저희랑 친한 다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다른 학교에 합격했지만, 원하던 학과가 아녔어요. 그래서 그 친구는 우리 학교에 예비 1번인 상황에서 3일이나 기다렸어요. 다 같이 괜찮을 거란 말은 해줬지만, 속으론 알게 모르게 마음 졸이고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추가 합격 발표 날, 기쁘게도 친구는 합격 전화를 받았어요. 친구는 저희에게 곧장 소식을 알려줬는데, 그때는 매우 놀라고 또 다행스러운 기분이었어요.
Q. 3년 내내, 또는 그보다 더 오래 사귄 친구들과 함께 같은 학교에 진학한 기분은 어떤가요?
▶지우 대학이란 새로운 환경에 사실 설렘보다 불안이 훨씬 앞섰는데, 아는 친구들과 함께하니 안정감이 느껴져서 좋아요. 앞으로 대학에서 쌓아 갈 새로운 추억들이 기대돼요.
▷수빈 나중에 나이 들어 학창 시절을 추억할 때 가장 생생할 대학 생활을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지우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큰 힘이에요.
제 고등학교 생활을 채워준 하은이도 마찬가지고요.
▶하은 사실 전 우리 셋이 같은 대학에 갈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확신이 있었어요. 아마도 더 오래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제 예상이 진짜로 실현되니 역시 아는 친구가 있어서 편하고 좋아요. 데면데면한 친구도 아니고 3년 내내 같이 다녔던 친구들이라서 그 기쁨이 배로 느껴져요.

Q. 친한 친구들이 같은 대학에 다니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지우 함께 고민해 줄 친구가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제 성격이 조금 소심하고 생각도 많아서 아무에게나 터놓지 못하는데 이 친구들한텐 터놓을 수 있잖아요. 굳이 단점을 꼽자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노력을 덜 할 것 같아요. 저는 이 친구들한테만 의존하며 생활할 것 같아서요.
▷수빈 아무래도 함께 학식 먹을 친구가 있다는 게 좋죠. 시간표만 맞는다면 언제든지 함께 밥 먹을 수 있잖아요. 단점이 있다면 지우 말처럼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어려울 것 같아요.
▶하은 솔직히 단점은 없어요. 친구들이 말한 단점마저도 제겐 맘 편하게 기댈 친구가 있다는 말로 들려서 좋기만 하네요. 제게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두려운 일이라 아는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Q. 인터뷰 중인 지금은 아직 개강 전이라 앞으로 시작할 대학 생활에 대한 여러 기대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지우 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서 이전에도 새 학년을 시작하는 3월이 다가오면 바싹 긴장하는 편인데, 이번엔 대학 입학이라 더 떨려요. 대학은 고등학교와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래도 이제까지 잘해왔으니까, 이번에도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이겨내고 있어요. 그리고 전 교환학생을 꼭 가고 싶어요. 그걸 위해 열심히 노력하자고 다짐 중입니다.
▷수빈 모두가 그렇듯 저도 조금은 두려워요. 입학 전에 새내기들이 해야 하는 모의 토익이나 시간표 확인, 학번 확인 등을 하면서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에브리타임에 들어갈 때마다 대화 주제가 항상 바뀌는데, 다 제가 모르는 주제라 벌써 기가 한풀 꺾였어요. 그래도 앞으로 대학 생활에 익숙해질 저를 기다려야겠죠? 저는 아직 대학에서 꼭 해보고 싶은 걸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모두가 부러워하는 청춘으로서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신나고 들뜨긴 해요.
▶하은 전 자율전공이라서 2학년 때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아요. 그리고 학과가 정해지지 않아서 친구들이랑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도 고민이죠. 하지만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문제를 고민하기보단 지금을 즐기려 해요. 아직 전공을 정하지 않은 상태라서 최대한 다양한 분야와 주제의 강의를 수강하고 싶어요. 그리고 기대가 하나 있다면, 이 친구들이 과팅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싶어요. 저에겐 가장 추한 모습까지 보여준 친구들이 이성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얼른 친구들이 과팅을 하고 후기를 공유해 줬으면 좋겠어요.
Q. 셋이서 고등학교 때 많은 대화를 나눴을 텐데 그때와 앞으로의 대화 주제가 다를까요?
▶지우 고등학교 때는 그냥 서로 떠들기만 해도 아주 재밌었죠. 주로 이런저런 농담과 사소한 일상을 공유했죠. 그러다가도 서로의 진로나 입시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1시간은 기본으로 지나가는 일이 잦았어요. 그때도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을 많이 나눴는데, 앞으로도 서로의 미래에 대해 많이 대화할 것 같아요. 특히 우리 셋은 모두 문과라서 취업이 어렵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멀게 느껴지는 문제지만, 날이 갈수록 저희 앞으로 성큼, 더 깊이 파고들 문제겠죠. 그런 걱정들을 친구들과 함께 나눌 것 같아요.
여기서 인터뷰를 중단하고 다 같이 캠퍼스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Q. 캠퍼스를 둘러봤는데 어떤가요?
▶지우 캠퍼스가 크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는데 직접 둘러보니 정말 크네요. 심지어 다 보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에브리타임과 인스타그램에서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 얘기가 많아서 기대했는데, 역시나 크고 깔끔해서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가 커지네요. 그리고 여기저기 카페가 있어서 공강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해 보여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학교에서 운영하는 카페인 것 같은데, 쿠비엔유는 문을 닫아서 못 들어간 게 아쉽네요. 개학하면 꼭 가보고 싶어요.
▷수빈 이곳저곳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역사관을 둘러봤는데 우리 학교의 역사를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꽤 역사가 깊더라고요. 우리 학교가 처음엔 농대로 시작했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리고 역사관에서 진행하는 자그마한 퀴즈도 즐거웠어요. 상품을 받기 위해 역사관을 샅샅이 뒤져가며 열심히 풀었죠. 하지만 제출하라는 표시가 있는 곳에 아무도 없어 결국 그냥 돌아온 게 아쉽네요. 아마 개강해야 행사도 시작하나 봐요.
▶하은 학교를 둘러보며 마주친 선배들이 기억에 남아요. 저도 곧 있으면 제가 마주친 선배들처럼 두리번대지도 않고 제집처럼 익숙하게 캠퍼스를 누비겠죠. 선배들의 모습이 마치 미래의 저를 본 것 같아서 설렜어요. 지금은 모든 게 낯설고 캠퍼스 안에서 길도 잃을 거 같은데, 언젠가 이곳이 익숙해져서 알아서 척척 잘 해내는 학생이 되고 싶어요.

Q. 앞으로 생활할 단과대 건물을 본 소감도 궁금해요.
▶지우 인문대 가는 길에 미술관이 있어서 그 앞에서 많은 조형물을 봤어요. 거기서 본 강아지가 너무 귀여웠어요. 강의실 갈 때마다 눈이 즐거울 것 같아요. 학기마다 바꾸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바뀐다면 다음에 들어설 조형물들이 괜히 기대돼요.
▷수빈 사회과학대 건물은 중간에 떡하니 있더라고요. 건물 모양은 인문대 건물이랑 비슷해서 건물 외형은 슬슬 익숙해지기 시작하네요. 지나가면서 보니 행정고시 합격 축하 플래카드가 달려 있던데 부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Q. 대학교는 주변 맛집도 빼놓을 수 없죠. 혹시 학교 주변 맛집을 경험해 보셨나요?
▶하은 셋이서 함께 ‘로충칭’을 다녀왔어요. 다른 친구들이 우리 학교 맛집을 알려줄 때 항상 거론됐던 게 로충칭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갔어요. 입구 들어갈 때부터 맛있는 마라탕 냄새가 나서 마음이 잔뜩 부풀었죠. 그런데 방학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고, 생각하던 분위기나 풍경이 아니라 당황했어요. 그래도 마라탕은 맛있었어요. 다른 마라탕보다 조금 더 까맣고 기름이 많이 떠 있어서 엄청 맵고 얼얼할 것 같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다른 집보다 덜 맵고 맛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기대했던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라서 조금 실망했어요. 다음엔 셋이서 함께 ‘멘야마쯔리’에서 라멘을 먹어보고 싶어요.
Q.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마디씩 해주세요.
▶지우 3년 동안 같은 학교였는데 또 4년 동안 같이 학교에 다니게 됐네. 사실 난 다른 친구들도 아니고 너네와 함께 우리 학교에 오게 돼서 너무 기뻤어. 우리 앞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만 지내자. 개학하고 또 보자!
▷수빈 우린 일단 싸울 일은 없겠지? 내가 혼자 학식 먹을 거 같다고 연락해 주면 항상 달려와 줘야 해. 이번에도 잘 지내보자.
▶하은 사실 말도 안 하고, 티도 안 냈지만, 너희와 함께 같은 학교 온 건 큰 행복이야. 얘들아, 얼른 과팅 해서 후기 알려주렴. 기다리고 있을게.
민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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