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문제가 발생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에 대한 규제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해 1월 27일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안법)’이 공포됐고, 공포 후 1년이 경과된 지난 1월 28일부터 이 법은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전안법 시행은 소상공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이에 정치권에서는 시행 유보를 비롯해 개정과 폐지에 대한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과연 소상공인들이 제품의 안전을 인증하는 전안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품의 안전을 위한 국가인증마크
전안법이란 기존에 있던 ‘전기용품 안전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을 통합한 법이다. 최근 2개의 법이 유사한 안전관리 법령체계로 변화하면서 관련업계의 혼동이 생겼고, 전기용품과 생활용품을 융복합화 한 제품도 증가했다. 이에 제품 안전관리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적 운영을 위해 양법을 통합한 것이다. 이 법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소비자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의류를 포함한 생활용품도 전기용품처럼 ‘KC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인증은 제조업자와 수입업자가 받아야 한다.
제품 출시 전 KC 인증 마크를 받기 위한 방법은 제품의 위해도에 따라 다르다. 위해도가 높은 순에서 낮은 순으로 ▲안전인증대상(50종) ▲안전확인대상(94종) ▲공급자적합성확인대상(116종)으로 구분된다. 먼저, ‘안전인증대상’은 제품시험 및 공장심사를 거쳐 제품의 안전성을 증명해 인증번호를 받는다. ‘안전확인대상’은 제품시험만 거친 후 제품의 안전기준에 적합한 것임을 확인해 신고번호를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공급자적합성확인대상’은 공급자가 직접 제품시험을 실시하거나, 제3자에게 제품시험을 의뢰해 안전기준에 적합함을 확인한 후, 스스로 KC인증마크를 부착해 시장에 출시한다.
제품시험이란 제품 자체의 안전성확인을 위해 안전시험기관을 통해 시험하는 것으로 시험성적서를 통해 결과를 알 수 있다. 각 대상별 안전시험기관은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지정된 곳으로 이를 지정받고자 하는 기관이 해당서류와 함께 신청서를 제출하면 국가기술표준원의 심사를 거쳐 지정받게 된다. 공장심사는 제품의 제조에 필요한 제조설비.검사설비.기술능력 및 제조체제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제품 출시 후에도 정부는 안전성조사 또는 제품사고 조사를 통해 안전기준 위반 제품에 대해 리콜(권고 또는 명령) 및 고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하게 된다.
전안법 속 ‘의류’
전안법 시행과 관련해 특히 의류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의류는 이전 법에서도 인증대상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전안법을 통해 새로 인증대상이 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의류업계가 전안법에 대해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전안법은 전기용품 외 생활용품 제조업자들도 KC인증 증빙 서류를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전안법 이전에는 안전인증은 받았지만 증빙 서류 보관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었다. 또, 온라인 상품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전안법은 온라인도 규제 대상에 추가됐다. 이에 따라 온라인 쇼핑몰도 홈페이지에 안전인증 내용을 게시해야만 한다. 여기에 수입업체도 수입품에 대한 제품 안전인증 마크를 표기해 유통시켜야 한다. 독점수입업체는 해외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시험성적서를 받으면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여러 단계를 거쳐 제품을 수입하는 병행수입업체는 해외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시험성적서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수입품에 대한 인증절차를 직접 진행해야만 한다.
만약 해당 법령을 위반한다면 위반정도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혹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전안법에 분노하는 소상공인
기자는 지난달 16일,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을 찾아 그곳의 상인들을 만나봤다.
33년째 동대문에서 ‘써니’라는 상호로 옷가게를 운영 중인 임향순(하남시 천현동·61) 씨는 “동대문 사람들 대부분이 옷을 직접 만들어 팔고 있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하루에 몇 장 팔지도 못하는데 거기에 인증비용까지 부담해야 된다면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의 상인들은 대부분 공장을 같이 운영하며 도매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만든 옷에 대한 인증비용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인증비용은 원단 한 품목당 약 6~7만 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평화타운 상인연합회 한영순 회장은 “KC인증을 받으라는 것은 저가로 소량의 다품종을 파는 우리 동대문 상인들에게는 사형선고와 같다”며 “원단 한 품목당 인증비용이 6~7만 원이어도 옷은 한 가지 원단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단 하나하나에 대한 인증을 받게 된다면 그 비용은 어마어마하다”고 전했다.
옷은 여러 가지 원단과 단추, 지퍼 등 다양한 장식품이 같이 들어간다. 때문에 옷 한 벌을 구성하는 각각의 품목들 모두 인증을 받아야 한다. 옷의 재료가 되는 원단과 단추 등의 제조업체에서 인증을 받았다면 추가 인증이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옷을 만드는 제조업체에서 인증을 받아야한다. 현재 전안법에서 중간재 제조업체는 KC인증에 대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생산물인 옷 제조업자가 인증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고, 이는 가격인상으로 연결돼 소비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전안법에서는 ‘의류’를 전기청소기, 가구처럼 특정 품목으로 지정해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2012년 기준 국가기술표준원이 고시한 가정용 섬유제품(의류)은 ‘아동용 섬유제품, 내의류, 중의류, 외의류, 침구류, 기타 제품류, 한복, 학생복을 포함’ 한다. 때문에 한편에서는 유아복과 특수의복만 인증을 의무화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찰을 빚은 전안법의 향후
시행을 시작하자마자 많은 논란을 낳은 전안법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리고 의류에 대한 규정은 또 어떻게 될까?
지난달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생활용품 중 공급자적합성확인대상 품목에 대해 KC마크 등 부담이 되는 정보에 대해서는 시행규칙을 통해 게시의무를 올해 12월 31일까지 유예시켰다. 이에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장병완 위원장의 신선우 보좌관은 “생활용품과 관련된 일부조항이 업계 부담요인으로 작용될 소지가 있음이 드러나 법 이행 부담 증가가 우려돼 해당 조항에 준비기간을 부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19대국회에서 공청회도 없이 진행된 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며 “최근 공청회와 현장의견수렴 등을 통해 법안 재개정안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폐지가 아닌 1년 유예는 결국 시행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영순 회장은 “전안법 유예결정은 전품목이 아닌 일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폐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예를 주더라도 2~3년 정도의 기간을 주고 수정·개정하면 좋겠다”며 “수정하게 된다면 원재료가 되는 중간재에만 시험분석을 하고, 그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주윤정 기자
joo@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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