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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6.10.19 월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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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희
숫자 너머의 도시를 읽다, 청주시정연구원 김규혁
제 996 호    발행일 : 2026.10.19 
교차로에 차선을 하나 더 만들면 차량의 통행 시간은 얼마나 줄어들까?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유도하려면 인센티브는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연령은 몇 살부터로 설정해야 할까? 우리는 도시 안에 살고 있지만 도시의 정책에 대해서는 좀처럼 질문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연하게 여겨 온 도시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통계와 데이터를 통해 답을 찾아 정책의 근거와 방향을 제시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정책연구원인 ‘청주시정연구원’이다. ‘청주시정연구원’에서 도시와 교통 정책을 연구하는 도시공간부 김규혁(도시공학과卒·13) 연구위원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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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시정연구원 도시공간부 김규혁 연구위원.

정책을 ‘발굴’하고 ‘근거’를 만드는 사람

  김 연구위원은 정책연구원의 역할을 두 단어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발굴’입니다. 어떻게 하면 여기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조금 더 나아질지를 고민하고,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면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죠. 두 번째는 ‘근거’입니다. 시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근거’가 부족하다면 통계나 데이터를 가지고 ‘이 부분이 부족하니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라는 ‘근거’를 만들어 주는 겁니다.”
  현재 김 연구위원은 도시와 교통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한다. 도로 사업의 필요성을 뒷받침할 근거를 보완하거나 대중교통을 어떻게 활성화할지 연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내버스 무료 이용 정책을 시행한다면 몇 살부터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새로운 버스나 택시 승강장이 필요한 지역은 어디인지,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과 대중교통 이용과의 연계 정책은 어떻게 해야 효과적일지 등 시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 문제들이 모두 정책연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정책연구원의 업무가 자신의 전공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현안이 제시되면 기존에 경험하지 않았던 분야를 공부해야 하고, 다른 분야의 연구자와 협업해야 할 때도 많다. 모노레일을 예로 들면 이동 수단이라는 측면에서는 교통 정책이지만, 관광자원으로 바라보면 관광 분야와도 연결된다. 도시의 문제 자체가 하나의 전공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 전공이 교통이나 도시라고 하더라도 다른 분야의 일이 들어오면 맡을 수 있어요. 원장님도 ‘멀티플레이어’의 필요성을 자주 말씀하세요.” 결국 정책연구원에게는 전문성과 함께 새로운 문제를 학습하고 여러 분야를 연결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문제의식’, 모든 것의 시작

  그렇다면 정책연구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김 연구위원은 통계나 데이터보다 먼저 ‘문제의식’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이 담당한 <2040 청주시 미래발전전략>도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청주시는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법정계획이 있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도시의 모든 변화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2040 청주시 미래발전전략>은 기존 계획보다 폭넓게 인구, 산업구조, 공간구조, 지역경제 등 청주의 변화와 여건을 분석하고 새로운 미래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법정계획은 담을 수 있는 내용이 한정적일 수 있어요. 그래서 조금 더 다양한 분석과 사업을 담기 위해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거죠.”
  한 번 세운 계획이라고 해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 환경은 계속 변한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고령화가 진행되는가 하면, 산업구조와 경제적 여건도 달라진다.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중요하지 않았던 요인이 몇 년 뒤 새로운 정책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장기 계획은 변화한  현실에 맞춰 수정하고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책연구원은 이미 주어진 자료를 분석하는 데 그치는 사람이 아니다. 변화하는 도시를 관찰하며 ‘지금 무엇을 연구해야 하는가’를 계속 질문해야 한다.

숫자보다 먼저, 질문을 세우다

  기자는 인터뷰를 준비하며 김 연구위원이 대학원에서 수행한 공유 차량과 전동킥보드 관련 연구를 살펴봤다. 논문마다 다른 통계 기법이 사용되고 있었기에, 연구자는 어떤 기준으로 분석 방법을 선택하는지 물었다. 그는 분석 방법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연구 주제와 데이터의 형태가 정해지면 사용할 분석 방법이 어느 정도 결정된다는 것이다. 어느 지역에 특정 현상이 집중돼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공간 분석을 활용하고, 현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통행량을 추정하고 싶다면 목적에 맞는 모형을 사용한다. 중요한 것은 복잡한 통계 기법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보다는 ‘무엇을 알아내려 하는가’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다. 그는 통계가 결과를 보여 주기 위한 도구이며 “어디를 노릴 것이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연구자의 판단은 분석 이후에도 필요하다. 실제 결과가 처음 예상했던 방향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청주시의 자료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여건이 비슷한 다른 도시와 비교할 수 있다. 전체 인구를 연령대별로 세분화해 살펴보는 것처럼 데이터를 바라보는 기준과 분석 방법을 달리하면 유의미한 특징이 보인다. 그럼에도 뚜렷한 결과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한 결과도 또 하나의 교훈은 된다. 예상과 다른 결과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 역시 연구의 일부다. 숫자를 다루는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바라보고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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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혁 연구위원이 연구한 <2040 청주시 미래발전전략>.

숫자가 정책의 근거가 되기까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제 정책은 데이터보다 훨씬 복잡한 현실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고령 운전자와 고령 보행자의 교통안전 문제를 연구한 경험을 설명하며 연구자는 먼저 데이터를 통해 현황을 파악한 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방향과 예산, 다른 지역의 사례, 법과 제도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책의 대상이 되는 시민의 목소리도 더해진다. “현장의 말과 연구자의 시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설문조사나 인터뷰 같은 방법을 통해 실무적인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교통수단이 시민의 이동을 편리하게 만드는 반면, 기존 교통수단을 운영하는 사람에게는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집단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굉장히 다각도로 문제를 봐야 해서, 정책대안이 ‘이것을 해야 한다’라고 하나로 딱 나오기 힘들어요. 여러 가지 대안이 나올 수도 있고,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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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 접근성 향상을 위한 철도교통체계 구축안.

  정책연구는 분석 결과를 실제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과정이다. 김 연구위원이 청주시정연구원에서 처음 맡았던 ‘혼잡 교차로 개선 사업 효과분석’에서는 차선을 좁히고 좌회전 차선을 추가했을 때 차량 통행 시간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수치로 확인해야 했다. 이 연구를 통해 그는 학술연구와 정책연구가 요구하는 결과의 차이를 체감했다. “여기서 원하는 것이 내가 하던 기본적인 학술 기반의 연구와는 조금 다르구나 싶었어요. 여기서는 실제 효과를 시민들이 체감해야 하고, 그런 것들을 숫자로 보여 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요.”
  정책연구에서 숫자는 단순한 분석 결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업이 시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는 정책의 답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근거다.

AI 시대의 정책연구원

  통계·데이터 분야는 AI 발전의 최전선에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 분석을 위해 코드를 하나씩 찾고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혀야 했다. 이제는 AI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코드를 만들고 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도 연구 현장에서 AI가 가져온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데이터 분석뿐 아니라 발표 자료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AI를 활용하면서 업무에 드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연구자는 어떤 역량을 지녀야 할까. 그는 ‘기획력’을 꼽았다. “통계와 데이터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 어디에 쓸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석력’이라고 말했다. AI의 분석 결과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구자는 결과가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현실과 부합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결과치를 줬을 때 이게 맞는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결과를 그냥 갖다 붙이면 좋은 연구자라고 하기 어렵죠. 결과를 신뢰할지는 본인이 판단해야 하므로 기본적인 통계와 데이터 지식, 그리고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  I의 발전은 사고할 수 있는 전문성을 요구한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기획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정책연구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정책연구원을 꿈꾸거나 통계.데이터 분야를 희망하는 대학생들에게 김 연구위원은 단순히 기술적 역량을 기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조언했다. 전공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문과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활동 수를 늘리는 것보다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똑같은 활동이라도 학부생이 보는 시각과 석사과정에서 보는 시각, 박사과정에서 보는 시각이 다릅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정해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직접 일을 기획해 보는 경험도 권했다. 일을 분배하고 사람들과 협력하며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은 실제 업무와 연결될 수 있다. AI 시대에는 단순한 기술적 역량만으로 자신만의 장점을 만들기 어렵다. 그 대신 연구의 전체 과정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협력하며, 분석 결과를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자신만의 장점을 만드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기획하고 넓게 보는 시각, 이 일을 할 때 전체 과정이 흘러가는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좋겠습니다.”
  기사에 꼭 담았으면 하는 내용을 묻자, 그는 다시 한번 ‘시각’을 강조했다. “통계를 다룰 때도 다양한 구도에서 보는 게 좋겠습니다.”
  정책연구원에게 통계와 데이터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김 연구위원이 강조한 ‘시각’은 숫자와 삶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숫자를 통해 현상을 보고, 통찰을 통해 그 너머의 도시를 본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현실을 만들어 간다. 그것이 정책연구원이 도시를 읽는 방식이다.

조찬희 기자
2023024034@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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