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기념해 기자는 독도 경비대원과 인터뷰하고자 독도 경비대에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인터뷰가 어려웠다. 그러다 독도 경비대원 출신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 사람을 알게 됐다. 오지 탐험가, 독도 경비대, 트래블러, 포스코 직원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의 관심사에 항상 진심인 사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사람. 부단한 자기 계발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전 독도 경비대원 이정형 님을 만나봤다.

▲ 독도경비대로 근무한 이정형 님.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항에 사는 이정형입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아 조리를 공부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다가, 현재는 포스코라는 기업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이 조리에서 제철산업으로 바뀐 것에 대해 의아하실 거예요. 원래 목표하던 일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진행할 수 없게 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조리에 대한 꿈을 이루지 못해 아쉬웠어요. 지금은 오히려 4주 2교대 근무로 이틀은 일하고 이틀은 쉬게 되면서 시간도 많아지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게 돼서 더 재밌게 즐기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Q. 정형님의 SNS를 보면 역동적인 사진들이 눈에 띄는데요. 어려서부터 굉장히 활동적이셨을 것 같아요. 학창 시절 정형님은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제 동창들은 하나같이 저를 열정적인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외식 사업가가 되고 싶었어요. 외식 산업이 광범위하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음식 리스트를 뽑고 그중 치킨을 선택해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사는 포항은 물론 가까운 대구, 부산, 멀게는 인천, 서울까지 가서 프랜차이즈가 아닌 치킨 맛집을 찾아다녔습니다. 각 맛집의 레시피와 마케팅 전략을 분석하며 꿈을 키웠죠. 또 다양한 치킨 브랜드의 CEO를 직접 만나기도 했어요. 기업 홈페이지에 있는 연락처로 “치킨 프랜차이즈 CEO가 꿈인데 대표님을 만나 인터뷰하고 싶다”라고 연락했는데, 한 100번 전화하면 거의 95곳은 거절해요. 그러다 운 좋게 BBQ 윤홍근 회장님, 전 BHC 김병훈 회장님을 비롯해 여러 CEO를 뵙게 됐어요. 신기한 게 한 번 길이 뚫리니까 다른 브랜드를 소개받게 돼 계속 연이 이어졌어요. 그리고 2014년 대구에서 열린 치맥 페스티벌의 치킨 소스 경연대회에 참가했어요. 온라인으로 제가 만든 레시피를 보내 1차 통과하고 2차, 최종까지 올라가 1등을 했네요. 당시 대회 주최였던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이 레시피를 전적으로 가져가는 대신에 저는 농림부 장관상과 상금 3백만 원을 받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관련된 대회에도 참가하고 더 나아가서 SBS <모닝와이드>, KBS <안녕하세요> 등 공중파 방송에도 3번 정도 출연했습니다. 저의 노력과 열정에 대한 보답인지 좋은 기회들이 계속 찾아오더라고요. 저는 그런 학생이었고 그래서 동창들은 저를 열정적인 사람으로 기억하는 것 같아요.
Q. SNS에 특히 여행 사진이 많던데 여행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셨나요?
저는 수능 공부보다 저의 적극적인 면을 살려 전공 관련 창의 활동에 더 집중했어요. 제 목표가 경희대 외식경영학과였는데 내신, 생활기록부, 자소서, 면접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도전했죠. 근데 예비 1번으로 미끄러졌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그래서 여행을 다니게 됐습니다. 저는 도시에 높게 솟은 건물보다는 자연 풍경을 좋아하는데, 국내외로 여행을 다니다 보니 특히 해외 오지가 매력적이었어요. 잘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지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것을 극복하는 쾌감이 있더라고요. 웅장한 대자연은 덤이고요. 제 첫 배낭여행은 인도였는데 힘든 여행지로 악명이 높지만, 굉장히 좋아하는 곳입니다. 저는 이때 히말라야를 올랐어요. 히말라야산맥이 지역마다 다양한 매력이 있는데 어떤 곳은 장대하고, 어떤 곳은 호수와 조화롭게 아름다워요. 이때부터 등산 특히 고산에 관심이 생겨서 1년 뒤에는 친구랑 같이 에베레스트를 올랐고, 같은 해 8월에는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도 올랐어요. 정말 힘들었지만, 산 정상에 올라서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 이때부터 체력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고, 곧 입대할 시기가 돼서 독도 경비대에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다양한 곳을 여행했습니다.
Q. 독도 경비대에 지원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또, 그곳에서의 생활이 궁금해요.
어차피 가야 할 군대라면 일반적인 곳에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포항은 해병대로 가는 사람이 많아서 저도 해병대를 생각했는데, 그때 마침 독도 경비대로 있는 동창을 만났어요. 검은 베레모에 기동복이 엄청 멋있어 보였어요. 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독도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있잖아요. 독도라는 배경이 의미 있기도 해서 스물넷에 독도 경비대로 입대했습니다. 저는 독도에서 누구보다도 알찬 시간을 보냈어요. 사진을 많이 찍는 건 물론이고 근무하며 유명 연예인이나 국회의원도 많이 봤어요. 이분들이 독도를 방문하면 저희가 안내해야 해서 독도에 대해 따로 공부도 했습니다. 그리고 독도 경비대라고 계속 독도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닙니다. 4개 지역대가 각각 50일씩 맡아 독도에서 생활해요. 그 외에는 울릉도에 있는데 관광지다 보니 독도에 비해 먹을 거도 많고 사람도 많아요. 울릉도에서 관광도 하면서 역사나 지리 등 독도에 관한 공부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독도 주변에는 동도, 서도 외에 47개의 부속 도서가 있고, 동도의 높이는 98.6m, 서도는 168.5m다’ 이런 내용이 기억나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독도에서의 생활이 엄청 행복했습니다. 일반인은 독도에 30분 이상 체류할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하루 종일 있으면서 섬 꼭대기도 오르고 독도의 밤 풍경도 볼 수 있어요. 독도에서 본 은하수와 별똥별은 평생 잊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죠.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일출, 계절마다 변하는 독도 풍경도 빼놓을 수 없고요. 불편한 점은 독도에서는 정수 시설로 바닷물을 정수해 생활용수로 사용하는데, 파도가 높거나 기상이 안 좋으면 바닷물을 끌어 올리지 못해 생활용수가 부족해요. 어떨 때는 생활용수가 바닥나 일주일 동안 머리를 못 감기도 했습니다.

▲ 콜핑 원정대로 활동한 이정형 님.
Q. 오지 탐사대나 원정대는 전역 이후에 활동하셨던 건가요?
네, 맞아요. 모아둔 군 월급과 알바로 여행 경비를 마련해 약 4개월 동안 브라질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등 중남미를 여행했어요. 돌아와 바로 조리학과에 입학했는데, 대학생 대외 활동으로 오지 탐사대가 있더라고요. 대학 산악 연맹에서 주최하는 대외 활동이었는데 제가 서류, 체력.인성 면접에 통과해 오지 탐사 대원이 됐죠. 아무래도 이전에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를 등정한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는 오지 탐사대에서 인도, 네팔,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중 파키스탄 팀에 속하게 됐습니다. 10명의 대원과 대장님, 지도위원님과 함께 파키스탄 ‘곤도고로’라는 산에 올랐어요. 마침 제가 그 팀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 부대장을 맡았는데 대장님의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대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전반적인 관리를 하게 됐죠. 제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해서인지 대장님이 좋게 봐주셨고 콜핑 원정대의 대원으로 들어가게 됐어요. 그렇게 파키스탄의 다른 산도 등정했습니다. 그리고 MSR 크루에서도 활동했었는데, 6개월 동안 한 달에 한두 번 캠핑을 다녔어요. 저는 캠핑 요리를 맡았는데, 함께 백패킹을 하며 제가 알고 있는 캠핑 요리 노하우를 팀원들에게 알려줬어요. 배낭에 텐트와 침낭을 짊어지고 다는 여행의 편리함, 좋아하는 요리를 여러 사람과 나누는 즐거움, 밤에 모여 앉아하는 불멍, 비워진 식재료만큼 가벼워진 배낭 등이 참 좋았습니다.
Q. 정형님의 새로운 목표는 무엇인가요?
남극에 가는 거예요. 남극에 조금 사연이 있거든요. 요리에 대한 꿈을 준비하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목표 실천이 안 됐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 목표는 남극과학기지 셰프였어요. 오지 탐사대 대장님을 통해 남극과학기지에 셰프로 가신 분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오지에서 요리하는 직업이라니 저한테 딱 맞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메인 셰프로 가기에는 경력이 부족하지만, 셰프 보조직은 자격이 충분하더라고요. 그래서 약 2년간 준비하며 채용공고를 기다렸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모집이 중단됐어요. 극지연구소에 전화로 문의하니 국가 간 이동이 어려워서 선발 못 한다고 하더군요.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고 당장 금전적으로 어려워 빨리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포스코에 입사했는데, 셰프는 어려워도 여행은 계속할 수 있겠다 싶어요. 그래서 여행과 관련된 목표는 계속 세우고 싶네요.
Q. 다시 남극기지 셰프를 뽑는다고 하면 도전하실 생각인가요?
사실 지금 다시 뽑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직장에 자리 잡았고 길게 시간을 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남극과학기지 셰프는 한 번 뽑혔다고 계속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1년의 계약기간이 지나면 채용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해요. 지금 제 상황에선 도박과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이전에 저는 셰프보다는 남극을 다녀왔다는 스펙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살면서 언제 남극에 가보겠어요. 지금은 이루지 못한 아쉬운 꿈으로 남기고 다시 도전할 생각은 없어요. 현 직장을 성실하게 다니면서 돈을 모아 목표한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요.
Q.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열심히 달려오셨는데, 지치고 힘든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정형님만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나 휴식 방법이 있나요?
저는 취미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그것이 휴식입니다. 지금은 러닝크루를 하는데, 사람들이랑 같이 뛰는 거죠. 잠깐 서울에서 생활할 때는 한강 주변이나 여의도 공원 등에서 뛰었고 지금은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주로 뜁니다. 바다 주변이라 풍경도 좋고, 여럿이 같이 뛰다 보니 혼자 뛰는 것보다 재밌어요. 또 취미 활동하면서 만난 사람들이랑 등산이나 백패킹도 다니고, 주변 지인들에게 음식을 해주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활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아무래도 여행을 다녔던 경험들 때문인지 집에 박혀 있으면 오히려 위축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밖에 나가서 햇빛도 쬐고 사람도 만나요.
Q. 그동안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셨던 분으로서 자기 계발에 대한 정형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으려는 마음에서 자기 계발을 생각하는 분이 많아요. 저는 이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입이나 취직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어요. 그래서 무엇이든 어떤 목표를 위해 자기 계발을 하는 건 좋게 생각해요. 그리고 대학생은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제가 재수, 삼수할 때도 하고 싶은 활동이 많았는데, 대학생이 아니라서 못 한 게 많아요. 학교 공부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경험도 중요해요. 대외 활동이나 알바를 통해 20대만이 할 수 있는 이런저런 경험을 해보세요. 삶의 교훈도 얻고 사회 경험도 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을 겁니다. 이것이 모두 자기 계발이니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하세요.
Q.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자신에 대한 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해서 마인드맵으로 자신이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활동들을 하나씩 그려보는 거죠. 관심 분야에서 일을 해야 열정도 생기고 추진력도 생기잖아요. 자신에 대한 사색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세요.
이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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