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노을이 물들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학생들은 삼삼오오 이곳으로 향한다. 햇빛을 피해 실내에 머물던 이들이 하나둘 모여드는 이곳은 주황빛 조명과 잔물결이 어우러진 대화의 공간 ‘솔못’이다. 산책로를 걸으며 솔못을 바라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솔못 속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을까? 만약 이곳의 물을 한 컵 떠 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그래서 우리 학교 미생물학과와 함께 솔못의 물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숨어 있던 또 다른 세계, ‘솔못의 미시세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실험은 채수한 솔못 물을 슬라이드 글라스에 떨어뜨리고 커버글라스로 덮은 뒤, 최대 1,000배 배율의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겉보기엔 잔잔한 초록빛 물이었지만, 현미경 렌즈 속에서는 다양한 미세조류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별 모양의 군체를 이루는 녹조류, 구슬처럼 떠다니는 남조류, 편모로 유영하는 은편모조류까지 그야말로 작은 생태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먼저 관찰된 것은 페디아스트룸(Pediastrum, 녹조류)이다. 여러 세포가 모여 육각형 혹은 별 모양의 군체를 이루며, 광합성을 통해 물속에 산소를 공급한다. 솔못의 초록빛을 만들어내는 주된 원인이자, 작은 물고기와 물벼룩 같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중요한 먹이가 된다.
이와 비슷한 페디아스트룸 심플렉스(Pediastrum simplex, 녹조류)도 발견됐다. 구조는 페디아스트룸보다 조금 더 단순하지만, 마찬가지로 광합성을 통해 물속 생태계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렌즈를 조금 옮기자, 구슬처럼 둥글게 뭉쳐 있는 미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남조류)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 표면 가까이 떠다니며 번성할 경우 수면이 더욱 진한 녹색으로 변하게 하고, 때로는 독소를 분비해 여름철 녹조와 악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옆에는 실 모양의 아나배나(Anabaena, 남조류)가 관찰됐다. 마디마디 연결된 이 세균은 질소고정 능력이 있어 영양염류(생물의 정상적인 생육에 필요한 염류로 규소, 인, 질소, 칼륨 등)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스스로 질소를 공급하며 살아갈 수 있다.
움직이는 미생물도 있었다. 타원형의 몸체 끝에서 편모를 휘두르며 유영하는 크립토모나스(Cryptomonas, 은편모조류)다. 빛과 유기물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잡식성’ 특성 덕분에 계절과 수질 변화에도 비교적 잘 적응하며 살아남는다.
현미경으로 본 솔못은 단순한 장식용 연못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고, 영양분을 순환시키며, 계절에 따라 개체수를 조절하는 수많은 작은 생명들이 있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초록빛 수면은 사실 미생물들이 그려낸 살아 있는 그림이었다.

도움을 주신 분들
전범근(미생물학과·20) 이시호(미생물학과·21)
김동건 기자
dongard@chungbuk.ac.kr








김동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