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난민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5월, 예멘 출신의 난민이 제주특별자치도를 통해 대거 입국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올 한해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팽팽하게 맞섰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반년이 흐른 지금, 현재 제주도 내 상황은 어떨까. 기자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제주도에 체류하면서 이를 취재해봤다.
그들은 왜 제주도까지 오게 됐나
예멘은 아라비아반도 남서부에 위치한 국가로, 대표적인 분쟁국 중 하나다. 2015년에 발발한 수니파와 시아파의 내전이 장기화.다각화되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전쟁 중 목숨을 잃은 이는 약 1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 세계에 있는 예멘 출신 난민.망명자는 28만 700여 명이다.
이들 중 일부는 같은 이슬람 문화권으로 비자 없이 90일간 체류가 가능한 말레이시아에 머물렀다. 그러나 90일이 지나고 말레이시아에서의 체류 연장이 어렵게 되자 이들은 제주도 행을 택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올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인은 561명이며, 이 중 난민 신청자는 5월 30일을 기준으로 519명이다. 이는 제주도에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이 지난 2016년 7명, 지난해 42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예멘 난민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지난해 에어아시아가 취항한 말레이시아-제주도 직항 노선과 제주도가 시행하고 있는 ‘무사증 제도’가 거론되고 있다.
무사증 제도란 외국인이 비자 없이도 30일 간 체류할 수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제주도는 관광사업 활성화를 위해 2002년부터 무사증 제도를 시행했는데 이를 통해 많은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 증가와 예멘 난민 문제가 불거지면서 무사증 제도의 폐지 요구가 커지게 됐고, 이에 법무부는 지난 6월 1일부로 예멘을 무사증 입국 불허국으로 지정했으며 8월 1일부터는 기존 12개국이던 무사증 입국 불허국을 24개국으로 확대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 협약) 및 동 협약 의정서에 가입하고, 2013년 아시아권 국가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바 있다. 현행 <난민법>에서는 난민인정절차 및 처우 등을 규정하며, ‘인도적 체류’와 ‘난민’을 구분하고 있다.
법률상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恐怖)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아니하는 무국적자 외국인’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되면 <국민기초생활법>에 따른 기초 생활보호를 받으며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을 제공한다. 또한 법무부 장관은 난민인정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자인 자녀가 입국을 신청하는 경우, <출입국관리법> 상의 입국금지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
반면,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에 해당되지 않지만, 국적국으로 돌아가면 비인도적인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해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으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체류허가를 받는다. 이 지위를 얻게 되면 임시 체류형 비자를 발급받으며, 정부의 승인을 받아 취업도 가능하다. 이러한 인도적 체류자의 체류기간은 1년 이내로 정해져 있으므로 해마다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올해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인에 대한 난민 심사는 지난 9월과 10월에 걸쳐 진행됐으며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 신청자 중 362명에 대해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현재까지 난민 지위를 부여받은 이는 없다. 이에 대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난민협약과 난민법상 5대 박해사유인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 조건에 해당하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에 난민 인정을 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팽팽히 맞서는 찬반 여론
이러한 상황에서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여론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서울특별시 광화문 일대에서는 예멘 난민 수용 반대 단체인 ‘불법난민신청자외국인대책국민연대’가 주최하는 ‘난민법 및 무사증 폐지 촉구집회’가 열렸으며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시민단체 ‘벽돌’이 주최한 ‘난민 반대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또 다른 난민 수용 반대 단체인 ‘난민대책 국민행동’은 ‘국민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현재까지 9차례의 난민반대집회를 열었다. 그들은 “감상적인 온정주의와 인도주의라는 이름으로 가짜 난민을 대량으로 수용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조치를 거부한다”며 “난민법과 무사증제도를 폐지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근거로 “유럽의 많은 나라가 난민을 받아들여 참혹한 범죄에 노출됐고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과 아이들”이라며 “난민지원.수용시설은 천문학적인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므로 결국 국민들이 난민으로 인한 위험과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신년축제가 열리던 독일 쾰른에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계 남성으로 이뤄진 범죄자 1,000여 명이 축제를 즐기러 나온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 강도, 절도, 폭행 등의 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쾰른 집단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 독일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당시 이들이 저지른 행위는 ‘타하루시’로, 남성들이 표적이 된 여성 주위를 둘러싸고 바깥에서 보지 못하게 가린 후 한 명씩 성폭행을 하는 방식을 뜻한다. 당시 성폭력.강도 등으로 경찰에 신고한 여성만 1,200명에 달했으며 최소 24건의 강간 사건이 벌어졌다.
이처럼 경제적 부담 및 범죄 위험 등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난민 수용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7월 4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제2차 제주 예멘난민 수용에 대한 국민여론’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반대’ 53.4%, ‘찬성’ 37.4%, ‘잘 모름’ 9.2%로 반대의견이 우세했다. 이는 지난 6월 21일 발표한 1차 조사에 비해 반대는 4.3% 증가하고 찬성은 1.6% 하락한 수치이다.
또한, 지난 6월 13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70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으며 청와대 공식답변 요건인 한 달 내 청원 20만 명 이상 참여를 만족했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월 1일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난민 수용 문제에 대해 답변했다. 박상기 장관은 ‘허위 난민’에 대한 우려에 “난민 신청 시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신원 검증을 강화하고 박해 사유는 물론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을 엄격하게 심사하겠다”며 “현재 부족한 난민심사 인력과 통역 전문가를 늘리고 국가정황정보를 수집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난민심판원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그는 난민법과 무사증 제도 폐지에 대해 “무사증 제도의 부작용도 있지만 제주 지역 관광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도 있기 때문에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국익에 미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난민으로 인정되면 사회통합교육을 의무화하고 멘토링 시스템 도입을 통해 정착을 지원하고 관리할 것”이라며 “서구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난민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민사회, 종교계, 지방정부, 법조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세다. 우리나라는 난민 협약을 비롯해 여러 인권 조약 가입국이므로, 세계적 이슈인 난민에 대해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난민법> 역시 이러한 국제적 기준에 맞춰 제정됐기 때문에, 법 개정을 포함한 적법한 절차 없이 난민을 추방하는 것은 국내법 위법이며 국제적으로도 신의를 버리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신강협 소장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난민 협약에 가입한 일본의 난민 인정률이 0.2%에 불과한데, 우리나라가 왜 난민을 받아야 하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며 “하지만 일본은 난민 수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대신에, 그만큼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해 유엔난민기구 국가별 기부금 순위에서 미국과 독일, 유럽연합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이어 신강협 소장은 “우리나라는 난민법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라고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난민에게 매우 폐쇄적인 나라”라며 “난민 수용률이 현저히 저조한 상태에서 지난 8월 난민이 생겨날 법한 국가를 무사증 불허국으로 확대 포함시킨 것은 앞으로도 난민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유엔난민기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8년 간(2000-20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의 평균 난민 인정률은 24.8%이며,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3.5%로 37개국 중 35위 수준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난민 인정률이 낮은 나라는 일본과 이스라엘뿐이다. 신강협 소장은 “이러한 실정에서 <난민법>을 폐지하자는 국내 일부의 주장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실현 가능성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강협 소장은 몇몇 언론의 보도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그는 “몇몇 언론에서는 마치 제주도에 계엄령이라도 선포된 것처럼 난민에 의해 위험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과장했지만, 실제 제주도민들은 예멘인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으며, 실제 그들에 의한 범죄사건 역시 발생한 적 없다”며 “혐오세력에 의한 터무니없는 난민 수용 반대 근거가 포털 사이트나 SNS를 통해서 퍼져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 중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이 존재한다. 그래서 난민을 단순히 가난.빈곤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난민을 더 특별하게 대우해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어떻게 대할 것인지의 문제를 고려해 달라는 것이다. 난민 문제를 인권적으로 접근할 때 요점은 그들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다녀온 현재 제주도 내 상황은
기자는 제주도에 체류하던 이틀간 제주국제공항과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주요 관광지를 다녀봤지만, 포털 사이트에 남겨진 일부 후기 글과 달리 예멘 출신의 난민 신청자와 직접 마주치지 못했다. 이는 현재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제주 예멘인의 대부분이 취업 등을 이유로 전국 각지로 흩어졌고, 제주에 남은 예멘인 또한 일자리를 찾아 제주도 내 여러 지역으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신강협 소장은 “현재 제주도에 있는 대부분의 예멘인은 주로 양식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제주를 떠나 전국 각지로 분산된 예멘인들은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제주도민은 이번 제주 난민 사태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인근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희(제주시 용담3동·47) 씨는 “근처에서 지켜본 결과,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위협을 느낀다거나 해를 끼치는 일은 없었고 오히려 자신들의 규칙을 잘 지키는 듯 했다”며 “체구도 왜소하고, 우리들과 별 다를 것 없는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시장 상인 A씨도 “제주도 내 상황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혼란스럽지 않다”며 “육지 사람들만 염려하는 것이지, 실제 제주사람들은 예멘인에 의한 위협이나 위기 등을 전혀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취재해 본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많은 제주도민들은 난민 수용에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강은재(제주시 이도1동·42) 씨는 “우리나라도 어려울 때 전 세계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온정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생명의 위협에서 도망쳐 나온 이들에게 외국인 혐오를 저질러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제주도민은 난민 수용은 용인하면서도 난민이 우리 사회에서 공존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에 녹아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B씨는 “초창기에 예멘인들이 이슬람 풍습을 따르는 것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았다”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살고자 한다면 우리 풍습에 녹아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에 대한 마지막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심사에는 지난 10월에 열린 2차 심사에서 판단이 보류됐던 85명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은 예멘인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최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12명과 난민이 불허된 34명이 법무부에 이의를 신청했다고 한다.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의 75%에 달하는 362명에게 인도적 체류를 허가한 것 외에 현재까지 단 한 명도 난민 지위를 허가받지 못한 가운데, 추후 난민으로 인정받는 예멘인이 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결과는 이달 발표될 예정이다.
이지영 기자
jy905@cbnu.ac.kr
전수림 기자
gds0813@cbnu.ac.kr








이지영&전수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