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신문방송사 충북대신문 The Chungbuk Times 교육방송국
전체기사종합취업대학사회광장사람특집문화동영상뉴스포토&만평학술현상공모전문학
최종편집 : 2026.10.19 월 17:57
문화
문화 섹션
확대축소프린트
 선승민
100년 전 공주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다
제 982 호    발행일 : 2024.10.07 
1.jpg

‘밤에 길을 간다’라는 뜻을 지닌 야행은 우리에게 밤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특히 늦여름과 초가을에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문화재 야행 축제가 개최된다. 문화재 야행이 어떤 아름다움과 멋을 지녔는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가져다주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는 ‘2024 공주 문화유산 야행’에 참석해 100년 전 공주의 순간에 들어가 봤다.

야행의 매력, 2024 공주 문화유산 야행

2.jpg

  야행 축제에는 밤에 밝게 빚나는 형형색색의 조명과 함께 밤에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특히 문화재 야행은 문화재에 여러 가지 색깔의 조명을 비춰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낮에 보는 문화재는 건축물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면, 밤에 보는 문화재는 조명이 만드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더해져 더 아름답고 그 잔상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아름다움에 공감하다 보니, 매년 많은 지역에서 개최하는 문화재 야행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 문화재단 같은 문화재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 처음 시작한 문화재 야행이 점차 지역 상인과 지역민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로 발전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 문화재 야행은 지역별로 프로그램의 특색이 있지만, 주로 ▲야경(夜景) ▲야설(夜設) ▲야사(夜史) ▲야숙(夜宿) ▲야로(夜路) ▲야식(夜食) ▲야화(夜畵) ▲야시(夜市) 등 ‘8야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
  지난 9월 6일부터 8일 18시부터 23시까지 공주 왕도심 일원 근대 문화유산에서 진행한 ‘2024 공주 문화유산 야행’(이하 공주야행)도 8야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올해 공주야행 주제는 ‘미드나잇 인 공주, 1926’으로 1926년에 제작한 공주 원도심 지도인 ‘공주시가도’를 기반으로 일제 강점기에 건축된 근대 건축물을 활용해 1920년대 공주를 재현했다.
  공주야행 입장료는 무료였지만, 특정 프로그램(낭만연회, 사애리시의 응접실, 근대사진관, 공주견문로 등)은 사전 신청과 참가비를 내야 했다. 프로그램은 공주야행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었고, 프로그램마다 인원 제한이 있었다.

근대 연회로의 초대, ‘낭만연회’

3.jpg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직접 보고 체험해야 근대 공주를 알 수 있다. 그래서 공주야행의 시작을 ‘낭만연회’ 프로그램으로 정했다. 1920년대 연회를 재연한 낭만연회는 옛 공주 읍사무소가 있던 제민천 역사문화광장에서 진행했다. 사전 예약한 낭만연회 사전 예약자는 입장에 앞서 공주시청소년문화센터 내에 있는 근대 의상대여소에서 근대 복장을 무료로 대여해 입어야 했다. 대여소에는 다양한 근대식 복장이 있었는데, 수량이 제한돼 복장을 모두 입어보지 못해 아쉬웠다. 근대 복장으로 갈아입고 입구에서 예약자명을 확인하고 입장하니 실제 연회장에서 사용하는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었다. 좌석은 지정석이 아니라서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관객에겐 공주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밤을 이용한 다과와 차를 대접했다.
  사회자가 등장하며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했다. 먼저 1920년대 유행한 음악 장르인 재즈와 트로트 연주가 있었다. 출연자들도 참가자들처럼 모두 당시 의상을 입고 있어 마치 1920년대로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았다. 이어진 공연 중 일제강점기의 우울하고 암담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당대 청년들의 비애와 불안을 표현한 공연이 인상 깊었다. 1932년까지 공주는 충남도청 소재지로 충청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지역이었던 만큼, 일제의 수탈중심지였다. 1920년대를 재현한 연회장에서 당시 옷을 입은 관객과 배우까지 있으니 나는 1920년대 공주 시민이 돼 당시 청년의 비애에 공감하며 공연에 몰입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얽힌 세 남녀의 관계를 그린 영화 <해어화>와 유사한 내용으로 불안한 세태 속에 피어난 사랑 이야기를 전한 연극도 큰 여운을 줬다. 특히 공연 중간에 들어간 트럼펫과 색소폰의 경쾌한 멜로디는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 노래를 부르던 배우가 관객에게 “야리야리얄라리”를 따라 부르라며 참여를 유도해 배우와 관객이 함께 한 구성도 좋았다. 우리나라의 아픈 과거와 그 시간을 살아낸 젊은 청춘의 이야기를 경쾌한 음악과 함께 1시간 동안 풀어낸 공연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만들었다.

독립운동가 토크 콘서트 ‘사애리시의 응접실’

4.jpg

  낭만연회를 마치고 다음은 ‘사애리시의 응접실’에 참여했다. 사애리시의 응접실은 공주 중학동 선교사 가옥에 살았던 실존 인물 ‘사애리시’와 유관순 열사의 토크 콘서트로 실제 사애리시가 살았던 공주 중학동 선교사 가옥에서 진행했다. 사애리시의 응접실도 낭만연회와 마찬가지로 다과를 대접했는데, 토크 콘서트를 잠깐 쉴 때는 새로운 차를 따라주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유관순 열사와 사애리시 선교사, 그리고 신문기자와 유관순 열사의 오빠가 등장해 토크 콘서트를 시작했다. 신문기자는 일제강점기 언론과 출판이 통제받는 상황에서도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며, 우리 민족의 신문이 생긴다면 당당하게 기자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관순 열사와 사애리시 선교사의 인연도 소개하는데, 교회가 놀이터였던 유관순 열사는 사애리시 선교사의 권유로 공주에 있는 영명 여학교에 입학해 우리말, 영어, 한문, 수학 등을 배웠다고 한다. 사애리시 선교사는 여성이 집안 문턱을 넘으려면 남자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당시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그의 이런 마음이 당시 여성 교육에 관심을 뒀고 그 결과 유관순 같은 인재를 배출해 낸 것이다.
  토크 콘서트는 비교적 덜 알려진 유관순 열사의 오빠 유우석에게도 관심을 두라고 당부한다. 1919년 공주 영명학교에 재학 중이던 유우석은 4월 1일 공주 장날에 독립만세운동을 주동한 혐의로 체포된다. 체포된 후 같은 날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동한 아버지 유중권과 어머니 이소제의 죽음, 그리고 여동생 유관순의 체포 소식을 듣는다. 1년 뒤에는 여동생 유관순의 장례까지 치른다. 가족을 잃은 유우석의 슬픔과 유관순 열사의 온 가족이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쳤다는 사실은 내 마음속에 큰 울림을 줬다.

6.jpg
▲ 공주 중학동 구선교사 건물

7.jpg
▲ 공주 중동 성당

사진 속 공주: 100년 전 그날의 모습

5.jpg
▲ 옛 공주 경찰서의 모습

  백제부터 조선까지 공주는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로 충청도의 중심지였다. 근대에는 충남도청과 경찰서 등 주요 행정 기관이 있었지만, 1932년 대전으로 충남도청이 이전하며 과거의 영광이 사라졌다. 하지만 공주야행에서 만난 100년 전 공주의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에는 그 영광이 남아 있었다. 경찰서와 충청남도금융조합연합회관의 모습부터 당시 공주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은 공주가 어떤 도시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아쉬운 점은 사진에 대한 설명이 없어 사진이 정확히 100년 전 공주의 어떤 모습인지 알기가 어려웠고, 사진전이라고 하기엔 준비된 사진의 수가 부족한 것 같았다.

  공주야행에 참여했던 지난 9월 6일은 비가 온 뒤여서 습하고 더운 날씨였다. 날씨 탓인지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100년 전 공주의 모습을 직접 본 것처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2024 공주 문화유산 야행’은 막을 내렸지만, 아직 많은 문화재 야행이 전국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선선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요즘, 낭만적인 아름다운 밤에만 볼 수 있는 한국의 멋을 문화재 야행을 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선승민 기자
2023013010@chungbuk.ac.kr
목록보기
최근기사
두 학기 연속 예산 ‘0%’ 교지편집위원회,...
대의원 선출 방식 바꾼 총학생회칙 개정안, ...
도서관 사물함 운영 총학생회로 이관, 신청.배...
충북대·교통대 통합 협상 중단, 인사평가·학...
심리학과 학생들, ‘심리 상담 공통업무화’ ...
문화 More
도심에서 숲으로, 청주 시티투어 ‘트레킹’
성곽 안에서 만난 오늘의 수원화성
안타 치면 물대포 팡, 흠뻑 젖어 더 즐거운 한여름의 야...
영화 애호가들의 보물창고, 한국영상자료원
우리 같이 미친 듯 놀자, 서울 히어로 락 페스티벌
사람 냄새 나는 맛, 청주 전통시장을 걷다
미술은행 20년,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다
오래도록 홀로 견뎌온 기억,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두바이 초코 열풍, 맛보고 만들어보니
<스포츠> 노란 물결이 돌아왔다, 청주 KB스타즈가 만들 ...
전체기사 종합
취업
대학
사회
광장
사람
특집
문화
동영상뉴스
포토&만평
학술
현상공모전
문학
동영상뉴스
수습기자모집
PDF자료실
지난호보기
신문사 소개 기사제보 독자참여 개인정보 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28644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대로1,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발행인 : 직무대리 유재수 | 주간 : 이장원 | 부주간 : 신꽃비)

행정실 : 043-261-2934    충북대신문 : 043-261-2936    The Chungbuk Times : 043-261-2935    교육방송국 : 043-261-2953

Copyright ⓒ 2008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