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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온고지신’
제 953 호    발행일 : 2020.11.09 

  갑자기 시작된 COVID19 사태는 우리 사회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마치 옷을 입듯이 마스크를 쓰는 것은 필수가 되었으며, 외출 자체가 제한되어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보다는 온라인상에서 만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1학기가 시작될 때에는 처음 접하는 비상사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학교도 학생도 교수도 당혹스러워 했다. 처음 접하는 온라인 강의에 좌충우돌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내고 다시 시작된 2학기도 중간 지점을 지나자 어느덧 낯설던 온라인 강의가 일상이 되었다. 막상 낯설음이 사라지니 비상사태의 일시적 방법론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의 장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온라인의 편리함에 학교도 학생도 교수도 눈을 뜬 것이다. 분명 시간적, 공간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온라인 수업은 편리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이 늦어지고, 집단감염의 위험성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이러한 수업 방식이 계속될 듯하다. 게다가 설령 백신이 개발되어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의 인식은 그 이전과는 달라질 것임이 분명하다. 교육환경도 이전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식으로 변화될 듯하다.
  온라인 강의는 그 특성상 대형 강의로의 확대가 가능하다. 강의실도 필요로 하지 않다. 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이전에는 온라인 강의에 대해 접근하기가 힘들다고 여겼는데, 코로나19 사태는 학생에게도 교수에게도 학교에게도 온라인 강의가 생각보다 간단하며 장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 온라인 교육의 장점이 밝혀진 이상 대면수업이 가능하게 되더라도 온라인 강의와 비대면 접촉은 이전에 비해 확대될 것이다. 만약 현시점에서 대학교육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돼 가는 교육환경을 무비판적으로 뒤쫒아 가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마치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리다 식민지로 전락한 대한제국처럼 말이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교실에서 선생님이 가르치면 학생들은 배우는 것이었다. 그 교육은 학생에게도 선생에게도 일방적이며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동아시아 사회에서 교육의 전통은 선생이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수하는 것은 아니었다.󰡔<논어>에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수업 현장이 묘사된 구절이 있다.
  공자가 그의 제자인 자로, 증점, 염유, 공서화와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때 공자는 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너희들보다 조금 연상이라고 해서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평소에 늘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있었는데 만약 누군가가 너희들을 인정하고 알아준다면 어떤 일을 하겠는가?” 공자의 제자들은 한 명 한 명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 정치에 참여하여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던 증점은 이런 대답을 한다. “저는 세 사람이 훌륭하게 대답한 것과는 다릅니다. 늦봄에 봄옷이 만들어지면, 갓을 쓴 어른 대여섯 명과 어린아이 예닐곱 명과 함께 기수에서 목욕한 뒤 무우에서 바람 쐬고 노래하면서 돌아오겠습니다.” 이 대답에 공자는 “나도 그러고 싶구나!”라고 찬탄한다.
  이 장면에서 재밌는 점은 수업시간에 거문고를 연주했다는 것이다. 또 거문고를 연주한 제자의 포부도 재밌다. 어른 아이 모두 데리고나가 새 옷을 입고 나가 봄놀이하고 오겠단다. 더구나 공자도 그렇게 하겠단다. 너무나 인간적인 수업이 아닌가?
  물론 지금까지의 대학 교육이 이런 모습이었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대학교육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필요하고, 그것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때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이 점을 공자와 제자들의 수업이 잘 보여주고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옛 것을 익혀서 새것을 안다’는 뜻임을 모두가 안다. 앞으로 대학 교육이 현실에 휩쓸려 표류하지 않기 위해서는 ‘온고지신’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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