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교사  저는 혜원학교에서 진로.직업상담부장을 맡아 중.고등학교 전공과에 관련된 직업 교육이나 훈련을 담당하고 있어요.

▷박은미 교사  저는 혜원학교 전공과 운영부장으로 현재 바리스타 수업을 가르치고 있어요.

▷박은미 교사  고등학교 때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장애 학생들에게 기초 국어나 수학을 가르치는 학습 봉사였죠. 사실 그때까지 저는 장애 학생들을 접해본 적이 없었어요. ‘특수교육 대상자’라는 말도 생소했고요. 그런데 장애인 시설에 가보니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있더라고요. 그때 처음 특수학교에 대해 알게 됐어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이 매번 제가 방문하길 기다려주고, 제가 지도하는 만큼 조금씩 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어요. 그래서 ‘앞으로 장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특수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박은미 교사  학생들이 장애가 있어도 한 명 한 명 모두 저마다의 강점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강점을 잘 살려 학생들이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가치 있는 수업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교직 생활을 시작했어요. 물론 학생들이 자신의 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도전 정신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기도 해요. “선생님, 왜 저는 자꾸 이런 걸 까먹어요?”라거나 “저는 왜 못 외워요?”라고 질문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저는 학생들이 자신의 장애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도록 지도해요. “네가 장애를 가졌지만, 그래도 너에겐 이런 강점이 있어!”라고 격려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박은미 교사  모든 사람에게 자립이 중요하지만, 장애가 있는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자립은 더 특별한 의미죠. 이들은 장애로 인해 직업적인 한계를 겪고, 혼자서는 여러 편의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자립은 더 큰 도전입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에 더 잘 적응하고, 직업적인 한계도 조금씩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겁니다. 이 과정이 결국 취업으로 이어져 학생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김재경 교사  2년 전만 해도 말이 거의 없던 한 학생이 있었어요. 선택적 함묵증을 겪던 그 학생은 대화에 잘 참여하지 않았죠. 그런데 이번에 과학상자 조립 부문으로 대회를 준비하면서 그 학생에게 놀라운 변화가 생겼어요. 자신감이 생기면서 말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거든요. “저는 과학상자 조립을 다른 친구들보다 잘합니다”라고 자랑까지 해요. 심지어 장래 희망도 “조립.포장.운반 쪽으로 나가고 싶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했어요. 대회 준비가 그 학생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꿈을 찾게 해준 치유의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박은미 교사  그동안 일반 학교 학생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이런 교류 자체가 장애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고, 우리 학생들의 정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서로 같은 나이인데도 저희 학생들이 금천고 학생들을 무조건 언니, 오빠라고 부르더라고요. 남학생들은 감정을 바로바로 표현하지 못해서 살짝 어색해하지만, 여학생들은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금천고 남학생들에게 “오빠, 오빠~” 하면서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요.

▶김재경 교사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학교는 기능경진대회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대회 참가를 결정하고 준비하면서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크게 바뀌는 것을 확인했어요. 자신감이 생기고, 직업 교육이나 취업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걸 보면서 ‘이게 정말 의미가 있구나’하고 깨달았어요. 앞으로는 이런 대회와 관련된 활동을 학생들과 함께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박은미 교사  혜원학교 전공과에서는 바리스타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어요. 학생들은 음료 제조부터 포스기 운영, 손님 응대까지 전부 배워요. 일차적인 교육은 학교 내 ‘두드림 카페’에서 이뤄지는데, 여기서는 주로 학교 안의 친숙한 사람들을 손님으로 응대하죠. 하지만 ‘어울림방 카페’에서는 학교 밖의 낯선 손님을 상대해야 해요. 이 카페에는 일부러 키오스크를 두지 않았어요. 장애 학생이 비장애인과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손님 응대 스킬을 길러야 하거든요. 이들 두 카페를 통해 학생들이 실습을 충분히 하고 나면 스타벅스나 충북대 ‘씨비앤유스타’ 같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연계해 줍니다. 이들 두 카페는 학생들이 그동안 배운 것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곳이죠.

▶김재경 교사  저는 특수교사라는 직업이 재미있어요. 흔히 직업을 사명감과 철학으로 접근하는데, 저는 제 일에서 즐거움을 느껴요.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특수교사를 꿈꿨고, 결국 그 꿈을 이뤘어요. 처음 몇 년은 회의감이 조금 들기도 했어요. 그때는 ‘특수교육이 학생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특수교육이 학생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확신해요.

▷박은미 교사  고민보다는 보람이 많아요. 저는 학생들 덕분에 많이 웃어요. 학생들이 아니면 웃을 일이 거의 없거든요. 앞서 말했던 선택적 함묵증이 있던 학생이 갑자기 “선생님, 오늘 이런 거 했어요”, “몇 초 만에 끝냈어요” 하며 자기 자랑을 하고 가면 너무 재미있고 기분이 좋아요. 우리는 그냥 기회를 준 것뿐인데, 아이들이 그걸 자기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일반 선생님들은 쉽게 못 느끼는, 특수교사만이 누리는 이 소소한 행복들이 큰 즐거움이에요.

▷박은미 교사  학생들이 ‘어려워요’, ‘힘들어요’ 같은 말을 정말 많이 해요. 그럴 때마다 저는 포기하지 말라고 해요. ‘포기하지 마!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말이야! 무조건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라고요. 학생들이 이런 말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얘기를 하다 보니 전공 바리스타반의 한 학생이 생각나네요. 처음엔 우유 스티밍조차 무섭다며 못한다고 포기했었는데 제가 계속 응원해 주니까 어느 순간 스티밍도 해내고, 자격증도 따더라고요. 학생들이 “못해요” 하다가도 도전해서 큰 성과를 이루는 걸 보면,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는 의지를 꼭 가르치고 싶어요.

▶김재경 교사  학교 내에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서 같이 운영하고 싶어요. 지적장애 학생들은 사회적 기업이나 표준사업장으로 많이 취업해요. 학교에서 직업 교육을 하고는 있는데, 업체랑 연결했을 때 업체까지 이동하는 시간, 장소 등의 제약이 있어 현장 실습을 가는 학생들은 굉장히 제한적이죠. 만약 학교 내에 사회적 기업이 있으면, 특히 중증 장애 학생들에게 일반 회사 같은 환경에서 일할 기회를 줄 수 있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물론 공립학교라 재정적으로 어렵겠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네요.

  “버스를 타고 내리고, 택시를 부르고, 마스크를 쓰는 사소한 것까지도 다 교육입니다. 늘 당부합니다. 작은 부분에도 정성을 다하자고요. 하다 보면 분명 변화합니다”

혜원학교 김재경 교사와 박은미 교사는 이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