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신문 > 국제 > 기사 보기


네 글자로 만나는 나, MBTI의 세계

제 952 호 발행일 : 2020.09.28

1.jpg


MBTI, 어디까지 알고 있니?

  MBTI란,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이다. M과 B는 이를 고안해 낸 마이어스(Myers)-브릭스(Briggs)라는 두 모녀의 이니셜을, T는 타입(Type), 그리고 I는 인디케이터(Indicator)를 의미한다. 이 MBTI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분석심리학의 개척자로 널리 알려진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융의 성격 유형 이론을 근거로 개발됐다. 검사 방식은 피검사자가 93개에 이르는 상황에 자신이 보일 법한 반응을 택하면, 응답한 결과에 따라 피검사자의 선호 경향성을 담은 결과가 도출된다. 결과는 인간의 성격을 네 가지 차원으로 정의하고 각각의 차원마다 양극단이 존재한다고 가정해 나타내는데,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이 바로 그것이며 결과로 나올 수 있는 조합은 총 16가지다. 예를 들어, 결과로 나온 조합이 ESTJ라면 ‘외향형+감각형+사고형+판단형’, INFP라면 ‘내향형+직관형+감정형+인식형’이다.
  이러한 MBTI는 얼마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에 MBTI 관련 해시태그를 포함한 게시물의 개수는 지난 23일을 기준으로 약 29만 8천 개를 돌파했다. 또 다른 SNS인 트위터에서는 MBTI 유형을 바탕으로 친구를 사귀는 ‘#MBTI_트친소’가 인기 해시태그로 몇 차례 떠오르기도 했다. 유튜브에서도 ‘MBTI 유형별 공감 썰’, ‘MBTI 유형별 첫눈에 반했을 때 하는 행동’과 같이 MBTI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열풍에 힘입어 최근에는 MBC ‘놀면 뭐 하니’,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그리고 JTBC ‘아는 형님’ 등 유명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진들이 MBTI 결과를 공개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MBTI 붐의 원인에 대해 한국MBTI연구소 김재형 연구부장은 “MBTI 붐의 이유는 단순히 한두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 기존의 집단/집합문화에서 개인 문화로 넘어오는 과도기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측면에서 더 부각된 게 아닐까 싶다. 또한, 코로나19 때문에 사회가 비대면 상황으로 급변한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4개의 코드만으로 간단하고 명확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MBTI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외에도 자신의 MBTI 유형을 공개하는 유명인들이 많아지면서, 유명인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싶은 욕구가 높은 밀레니얼 세대들이 ‘나는 유재석이라는 사람과 MBTI 유형이 똑같아’처럼 MBTI 유형 하나로 자신을 대변하고 싶어 하는 경향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덕성여대 심리학과 최승원 교수는 “MBTI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라고 본다. MBTI 검사는 전문적인 공부 없이도 쉽게 할 수 있어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심리서비스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온 국민의 취미활동으로 이 검사가 인기를 얻게 된 것 같다. 또한, 인간의 욕구 중 하나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인데, 이는 매우 오랜 시간과 검증이 필요한 일이다. 이런 관점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그 사람만의 독특성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몇 개의 유형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사람이 타인을 간단하게 판단하고자 하는 욕구가 이런 유행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알수록 빠져드는 MBTI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있는 MBTI의 매력은 무엇일까. MBTI 마니아들이 말하는 MBTI의 가장 큰 장점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자기 이해’다. 이는 개인의 주기능과 열등 기능을 눈에 보이는 지표로 의식할 수 있도록 하는 MBTI의 특징에서 비롯되는 이점이다. MBTI는 성격적 기능을 항목별로 상반되는 성향에 따라 의식적으로 가장 선호하며 발달한 기능인 ‘주기능’과 가장 무의식적인 부분이며 덜 발달한 기능인 ‘열등 기능’으로 나누는데, 이를 통해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재형 연구부장은 “MBTI는 두 쌍으로 이뤄져 있다. 즉, 본인이 어느 코드(기능)를 선호한다면, 반대 코드는 본인의 약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강·약점은 개개인의 일상생활에 접목할 수 있고, 자기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으로도 이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MBTI를 접하게 됐다는 김지현(고양시 덕양구·31) 씨는 “이전에는 나의 성격을 잘 몰랐었는데, 지금은 MBTI를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내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데에 큰 도움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 장점은 ‘타인 이해’이다. 자기 이해와 같은 맥락에서, MBTI의 성격 분석 기능은 나뿐만이 아니라 타인에게까지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타인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긍정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MBTI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서로의 MBTI 유형에 대한 질문을 주고받고, 이를 통해 내면 심리를 탐구하는 등 타인 이해에 목적을 둔 온.오프라인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약 7만여 명의 가입자를 가진 MBTI 인터넷 카페 ‘MBTI&HEALTH’에서도 ‘INTJ 친구와 싸웠는데 어떻게 화해하나요?’, ‘ENFP 연인이 기뻐할 만한 선물은 무엇이 있을까요?’ 등의 게시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며, MBTI의 유형별 인원을 모집해 진행되는 오프라인 모임도 개최된다. 해당 카페의 회원인 장한이(의정부 신곡동·22) 씨는 “MBTI는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도 아주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MBTI를 통해 이해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타인과 나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됐다”라며 본인이 경험한 MBTI의 이점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재형 연구부장은 “타인의 부정적인 부분을 지적하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투사’라고 하며, 내 안의 부정적인 부분을 상대방에게 투영하는 경향성이 크다. 따라서 MBTI를 통해 나와 타인의 긍정적인 부분을 알게 된다면, 결국 타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렌즈를 끼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오용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악영향도 고려해야

  이렇듯 여러 장점을 지닌 MBTI이지만 아무리 좋은 약도 잘못 쓰면 독이 되듯, MBTI도 잘못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과몰입’이다. MBTI를 지나치게 맹신해 평소 일상생활에도 과도하게 MBTI를 적용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INFP들은 너무 음침해서 친구로 사귀기 좋지 않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ESTP인 것만 봐도 ESTP들은 이기적이고 자기 마음대로다’, ‘T 유형들은 공감능력이 없다’라는 등 특정 유형을 지나치게 비하하거나 해당 유형인 모든 사람을 단순획일화하는 게시글이 쉽게 눈에 띈다.
  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예진(인천광역시 서구·17) 씨는 “MBTI에 대해 쓸데없는 것들로 논쟁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그렇다.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네가 T라서야’, ‘F는 너무 감정적이라 싫더라’ 같은 발언으로 싸움이 발생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본인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MBTI 검사를 하는 게 아니라, 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본인을 맞추는 경향이 더 강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효리(구리시 인창동·18) 씨도 “MBTI 궁합이라고 돌아다니는 표가 많은데, 표에서는 최악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궁합이 잘 맞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MBTI를 이용한 궁합표로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사람이 생길까 걱정이다. 사람의 생각은 하나같이 다 다른데, 몇몇 사람이 MBTI 하나로 인간의 성격을 다 일반화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승원 교수는 “타인을 직접 이해하지 않고 유형 설명 그대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다 보면 타인을 곡해하게 되는 위험성이 생길 수 있다. MBTI 하나로 타인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김재형 연구부장도 “‘어느 유형과는 궁합이 안 맞는다더라’라는 얘기가 참 많다. 그 ‘사람’이 자기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하지 못한다. 이는 사람을 획일화하고, 편 가르기 하는 도구로 MBTI를 쓴다는 거다. MBTI만으로는 한 사람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MBTI는 16개의 유형이 가진 일종의 경향성을 봐야 하는 거지, 인간을 자로 선 긋기 하듯이 ‘이 안에 들어가면 너랑 나랑은 똑같은 거야’라는 식으로 봐서는 안 된다. 개인은 삶의 환경이 다 다르다. 성장 환경도, 자신만의 개성도, 독특성도 다르다. 이런 것들은 MBTI 안에 다 포괄될 수 없다. 개인의 삶은 이런 검사 도구 하나로 쉽게 묶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MBTI를 지나치게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MBTI의 진가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이렇듯 양날의 검과 같은 MBTI. 그렇다면, 이런 MBTI를 보다 더 바람직하고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유의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정식 검사를 받는 것이다. 김재형 연구부장에 의하면, MBTI의 올바른 활용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식 검사와 검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해석이 전제돼야 하는데, 현재 사람들이 자신의 MBTI 유형을 판독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터넷상의 검사는 대부분 ‘16PERSONALITIES(이하 16퍼스널리티)’라는 간이 검사다. 이에 대해 김재형 연구부장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떠도는 16퍼스널리티와 같은 간이 검사는 ‘리쿼드’라는 척도를 사용한다. 리쿼드는 매우 그렇지 않다/그렇지 않다/보통이다/그렇다/매우 그렇다, 5점 혹은 7점 이렇게 체크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면 MBTI 공식 검사는 문항에서 문장이 2개가 나오고, 둘 중에 하나를 무조건 체크를 해야 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두 검사는 문항 선택의 방식도 다르고, 지표도 다르다. 지표를 잘 보면 4개 코드의 이니셜은 동일하게 나온다. 하지만 지표의 개념과 지표의 명칭까지도 다르다”라며 간이 검사와 정식 검사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10대라면 지역별 Wee 센터나 학교 내에 있는 학교 전문 상담사 혹은 학교 복지사를 통해서, 20대라면 심리학이나 상담심리 쪽 중심으로 대학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곳에서 MBTI 정식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 지역 내 발달센터나 심리상담센터, 한국MBTI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MBTI 전문가들에게 직접 연락을 넣는 방법으로도 정식 검사를 받아볼 수도 있다. 정식 검사와 해석을 받고, 그 유형에 대한 입체적인 해석을 들어야만 자기 이해를 포괄한 타인 이해의 확장으로 MBTI에 대한 올바른 방향이 정립될 수 있다”라며 MBTI 정식 검사와 해석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두 번째는 ‘MBTI의 본질 파악하기’이다. MBTI가 무엇을 알아보기 위한 도구인지 그 성격과 특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재형 연구부장은 “MBTI는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써 사용하고 활용하시길 바란다. MBTI 해석을 하는 전문가도 ‘어떻게 살아라’라고 확답을 해 주지는 않는다. 그건 온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MBTI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해야 너무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는 데에 이용해야 한다”라며 MBTI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또 최승원 교수는 “MBTI는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만들어주는 소통 수단이 될 수 있는 도구인 것은 맞다. 하지만 진정 타인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만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전했다.

  “같은 하늘 아래 똑같은 레드는 없다”라는 모 화장품 브랜드 립스틱의 광고 문구처럼, 하늘 아래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다. 16개의 유형으로 다 규정하기에 우리는 너무나도 다르고, 또 다양하다. 누군가에 대해 알아가고 싶어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말은 ‘너는 어떤 유형이야?’가 아니라 ‘너는 어떤 사람이야?’가 돼야 한다.


정윤채 기자 sunwillrise@chungbuk.ac.kr
김태림 기자 txo@chungbuk.ac.kr
배은영 기자 baeobabe@chungbuk.ac.kr
양서영 기자 ysyoung@chungbuk.ac.kr
이종우 기자 dlwhddn722@chungbuk.ac.kr


Copyright ⓒ 2008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 All rights reserved.